구글의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이 통신 시장의 기본 질서를 뒤흔들 수 있을까?
‘안드로이드 군단’의 심장인 구글이 마침내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공개했다. 지난 22일(이하 현지 시각) 가상사설망(MVNO) 방식을 채택한 ‘프로젝트 파이’를 선보이면서 통신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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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프로젝트 파이’를 공개한 직후 많은 외신들과 국내 매체들은 ‘싼 값 서비스’에 주목했다. 실제로 월 20달러에 문자와 통화를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 1GB 당 10달러란 싼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구글은 안 쓴 데이터 값은 월말에 다시 돌려주겠다고 밝혀 현재 통용되고 있는 통신 시장의 기본 모델에 도전장을 던졌다.물론 아직까지는 구글 자체 폰인 넥서스6만 사용할 수 있는 등 한계가 많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선 ‘싼값 통신 서비스를 가장한 넥서스6 떨이 판매’란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구글이 새롭게 내놓은 모델 중 주목할 부분이 있다. 바로 일부 전문가들이 ‘와이파이 퍼스트’라고 명명한 부분이다. 미국 신생 통신사인 스크래치 와이어리스의 앨런 베레이 최고경영자(CEO)는 벤처비트에 기고한 글에서 “구글의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은 AT&T, 버라이즌 같은 거대 통신사 몰락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 음성 통화까지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 적용
일단 구글 서비스의 기본 개념부터 한번 살펴보자. 구글 ‘프로젝트 파이’는 크게 세 가지 망을 사용한다. 일단 통신사 중에선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LTE 망을 사용한다. 여기에 와이파이까지 합쳐서 세 가지 망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눈에 띄는 점은 가입자들이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게 아니란 부분이다. ‘프로젝트 파이’에 가입하게 되면 두 통신사 망에 모두 가입된다. 결국 ‘프로젝트 파이’가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얘기다.
바로 이 대목에서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이 적용된다. 한마디로 데이터 뿐 아니라 음성 통화를 할 때도 와이파이를 주된 수단으로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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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레이는 이와 관련해 구글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구글은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에 ‘와이파이 퍼스트’ 기능을 기본 탑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안드로이드 기기는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닌 한 음성 통화를 할 때도 와이파이 망을 사용하게 된다.
두 번째는 와이파이 연결성이다. 현재도 와이파이가 도처에 깔려 있지만 소비자들의 활용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 구글이 와이파이 표준 확대 등을 통해 이 부분을 좀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와이파이가 좀 더 주된 통신 수단이 되면서도 ‘끊김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베레이는 통신 시장 관련 연구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시나리오가 몰고 올 파장을 강조했다. 밸리다스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안 쓴 데이터 때문에 허비하는 돈이 매달 28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비싼 통신료를 물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는 당장 이 부분을 이슈로 떠오르게 할 가능성이 많다.
베레이는 또 시스코 자료도 함께 소개했다. 시스코에 따르면 지난 해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 중 46%는 와이파이를 통해 오고 갔다. 그런데 와이파이 퍼스트가 정착될 경우 그 비중은 90%에 이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은 연간 7천억 달러 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베레이가 주장했다.
거대 통신사들을 위협하는 더 큰 요소는 다른 곳에 있다.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을 앞세운 구글이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경우 통신사 브랜드가 급속하게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 통신사와 소비자 사이에 구글이 치고 들어갈 수도
‘프로젝트 파이’가 확대될 경우 통신사와 소비자 사이에 구글이 자리를 차고 들어갈 수도 있다. A란 가입자가 ‘프로젝트 파이’를 이용한다고 가정해보자.
특정 지역에 갔는 데 주 통신사인 버라이즌의 와이파이가 잘 연결되지 않을 경우 구글이 그 곳에서 가장 잘 터지는 다른 와이파이 망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와이파이 퍼스트’ 모델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뿐 아니라 음성 통화를 할 때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될 경우 어느 순간 소비자들의 머리에서 통신사 브랜드가 서서히 약화될 수도 있다. 필요한 와이파이 망을 전부 구글이 찾아주기 때문이다. 나중엔 요금까지 구글이 부과한 뒤 통신사에 나눠주게 될 수도 있다고 베레이는 주장했다.
베레이는 “와이파이 퍼스트 비즈니스 모델이 ‘버라이즌’이란 브랜드를 소비자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할 경우 지난 해 이 회사가 올렸던 770억 달러 순익은 과거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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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퍼스트’는 스크래치 와이어리스를 비롯해 리퍼블릭, 프리덤팝 등 미국 통신사들이 들고 나온 모델이다. 케이블비전이 최근 선보인 프리휠 역시 와이파이로만 제공되는 통신 서비스다.
베레이는 와이파이 퍼스트 운동을 주도하는 스크래치 와이어리스의 CEO다. 따라서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를 자기 쪽으로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이 공개한 내용만 놓고 보더라도 단순히 싼값 서비스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통신 시장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 아이폰 이후 또 다시 통신 패러다임 변화 기폭제 될까
애플이 처음 스마트폰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불과 몇 년 만에 단말기 시장에서 통신사 브랜드를 급속하게 약화시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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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퍼스트’를 기본 패러다임으로 하는 구글의 ‘프로젝트 파이’ 역시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 “통신 요금이 쓸 데 없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잘 건드릴 경우엔 그 속도가 더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구글이 광대역 통신망 확대에 유난히 공을 쏟는 점을 감안하면 ‘프로젝트 파이’가 단순히 넥서스6 재고품 떨이를 위한 ‘짝퉁 서비스’ 수준에 머물지 않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