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中 스마트폰 마케팅도 '진화'

해외서 직접 신제품 공개…행사 前 티저로 관심↑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성장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뛰어난 제품력으로 프리미엄 시장에 진입한데 이어, 세련된 마케팅으로 무장해 갖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화문화권인 동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중동과 남아프리카를 넘어 서유럽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 중국산 스마트폰의 저가 이미지 탈피를 위한 고급화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사들처럼 단독 행사를 열어 신제품을 공개하고 행사 전에는 제품 특징을 직관적으로 암시하는 초청장과 티저 광고 등을 통해 사전 열기를 끌어올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화웨이는 영국 런던에서 전략 스마트폰 라인업 P시리즈 신제품 ‘P8’과 ‘P8’ 맥스를 공개했다. 화웨이가 유럽 시장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제품의 전작인 ‘어센드 P7’ 역시 지난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별도 행사를 통해 공개했다.

이 제품은 중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태평양,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100여개국에서 출시된 이후 6개월 만에 400만대 판매고를 올린 바 있다.

행사에 앞서 화웨이는 ‘빛의 놀라움을 잡다(Capture the wonder of light)’는 제목의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긴 코트를 입은 남성의 스마트폰이 빛을 빨아들이는 장면이 담긴 1분40초 분량의 영상은 향상된 카메라 성능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샤오미 역시 오는 2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첫 해외 신제품 공개행사를 앞두고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담긴 티저 이미지를 대거 공개했다. 흰자와 노른자 크기가 서로 다른 두 개의 달걀을 통해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컴팩트한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식이다.

이같은 마케팅은 애플이나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제조사들이 신제품 공개를 앞두고 주로 쓰던 방식이다. 제품에 대한 집중도를 끌어올리는 단독 공개 행사를 택하고 사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티저 광고도 하나의 마케팅 패키지로 활용된다. 티저 속에 숨은 의미는 소비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출시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다른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지오니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부스를 차렸다. 화웨이나 ZTE 등 긴 업력과 사업규모를 가진 1세대 제조사를 제외하고 2세대 제조사로 분류되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중에서 MWC에 부스를 차린 곳은 지오니가 유일하다.

행사에서 지오니는 5.5mm 초박형 디자인을 채택한 신제품 '이라이프S7(ELIFE S7)'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신제품을 떠올리는 메탈 소재 프레임과 강화유리로 이뤄진 전면과 후면 디자인에 LG전자 G시리즈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사용자경험(UX)으로 눈길을 끈 제품이다.

지오니는 4년 전부터 MWC에 참가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이통사들에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 베트남, 인도, 남아프리카 등으로 이미 활발히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이밖에 제2의 샤오미로 주목받는 비보(VIVO)와 오포(OPPO), 쿨패드 등 제조사들은 초박형 스마트폰 경쟁을 주도하면서 전세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비보가 지난해 출시한 'X5 맥스'는 또 다른 중국 제조사 쿨패드가 4.7mm의 ‘이비 K1 미니’를 내놓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종전까지는 4.85mm 두께의 오포 'R5'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 기록을 차지해왔다.

한 외국계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 확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산=저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이른바 애플식 마케팅을 도입하고 프리미엄 제품 비중도 점차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제조사들은 동남아시아에 이어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보폭을 넓힌 후 대표적인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을 공략하기 보다는 유럽을 교두보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통신사들이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지 않는 유럽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스마트폰이 강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최상위 P시리즈를 유럽 시장에서 가장 먼저 공개하고 있다. 그만큼 서유럽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미 서유럽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시장점유율로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화웨이는 영국 아스날, 이탈리아 AC밀란 등 각국 주요 프로축구 구단을 후원하며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지오니는 세계 최박형 스마트폰을 표방한 전작 ‘이라이프 S5.5’를 유럽 시장에 내놓으면서 영국 현지 유통업체인 카잠과 협의를 통해 제조사 명칭을 드러내지 않고 ‘토네이노348’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하는 우회 전략을 택했다. 중국산 전자 제품에 대한 이른바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외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우호적이지는 않다. 특히 기술에 대한 까다로운 요구사항을 맞추기 어렵고 법률 관련 소송 등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대부분이다.

같은 중국 제조사들 내에서도 샤오미 같은 신생 업체들이 기술 기반 없이 소규모 초도물량을 수 초 만에 완판시키는 ‘헝거마케팅’에 의존해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불편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일부 중국 제조사들은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을 올렸다가 각종 규제에 걸려 판매가 어려워졌던 사례도 있었다”면서 “중국적인 사고를 그대로 가지고 해외 시장에 접근 하다 보니 품질 문제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