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노키아+알카텔 태풍' 몰려온다

2위 장비업체 부상…미국-중국시장 판도 흔들듯

노키아가 프랑스업체 알카텔 루슨트를 인수하면서 통신장비 시장의 거대 공룡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에 따라 거대 합병회사가 통신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키아가 14일(현지 시각) 알카텔 루슨트를 156억 유로(한화 약 18조 2천억)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합병 회사는 종업원 10만 명에 지난 해 기준으로 매출 260억 유로(한화 약 30조원) 규모에 이르게 된다.

시장 조사회사인 인포네틱스에 따르면 통신 장비 시장에서는 에릭슨이 점유율 30%로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그 뒤를 이어 중국 화웨이가 20%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노키아는 17%로 3위에 자리잡고 있다. 노키아에 인수된 알카텔은 점유율 10%로 또 다른 중국업체 ZTE에 이어 5위에 랭크돼 있다.

따라서 단순 계산할 경우 노키아-알카텔 합병 법인은 점유율 27%로 선두 주자인 에릭슨을 근소한 차로 위협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노키아가 알카텔을 합병함에 따라 최근 들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업체 화웨이와의 경쟁에서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 노키아, 이번 합병으로 약한 고리 보안

두 회사가 합병에 전격 합의한 것은 최근 처해 있는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키아는 지난 2013년 휴대폰 사업 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넘긴 뒤 통신 장비 쪽에 주력했다. 그 일환으로 지멘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지멘스와 조인트벤처는 출범 이후 계속 삐걱거렸다. 결국 노키아의 통신장비 부문은 수익을 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감원을 거듭해 왔다.

합병 이후 삐걱대기는 알카텔 루슨트도 마찬가지였다. 잘 아는 것처럼 알카텔 루슨트는 지난 2006년 프랑스 알카텔과 미국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간의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이다.

하지만 미국과 프랑스 간의 기업 문화 차이로 계속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9년 동안 연이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교체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장 3위와 5위 업체가 몸을 섞이로 의기투합한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노키아가 이번 합병으로 미국 시장에서 에릭슨과 경쟁하는 데 큰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알카텔 루슨트는 그 동안 버라이즌, AT&T 같은 미국 통신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또 알카텔의 인터넷 라우팅 사업을 손에 넣게 돼 향후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 노키아는 그 동안 무선 장비 쪽에 주력해 왔다.

■ 미국 쪽은 환영…유럽은 잠잠

이번 합병은 통신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월스트리트저널은 “통신사들에게도 나쁠 것 없다”고 분석했다. 합병으로 장비업체가 줄어들긴 하지만 이 분야가 워낙 가격 경쟁이 심해서 공급자들이 가격을 올릴 여럭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히 노키아와 알카텔이 합병하면서 연구개발(R&D) 부담이 줄어들게 돼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특히 미국 통신사들은 이번 합병을 굉장히 지지하는 편이다. 장비업체 수가 줄어들게 되면 오히려 기술 로드맵을 짜는 것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 통신사들은 합병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