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가능한가?

통신비 인하요구, 무엇이 문제인가②

일반입력 :2015/04/14 18:17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통신시장이 얼어붙었다. 정부에서는 기기변경이나 단말 판매량 수치가 법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발표하지만 유통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밑바닥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는 이보다 더 파격적인 완전자급제 등의 법안이 발의되면서 단말 유통시장이 더 얼어붙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통신비 압박이 객관적 지표나 논리에 의해 제기되기보다 이달 말 치러지는 보궐선거와 내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겨냥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본지에서는 총 4회에 걸쳐 매번 선거철마다 제기되는 통신비 인하 주장이 무엇이고 실제 세계 각국에 비해 국내 통신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해본다.[편집자주]

‘6조8천710억원’

지난 한 해 동안 통신3사가 무선과 유선 등 설비투자(CAPEX)에 지출한 총 비용이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SK텔레콤 2조1천450억원, KT 2조5천141억원, LG유플러스 2조2천119억원 등이다. 이마저도 2013년과 비교해 설비투자비용이 41%(6천432억원) 늘어난 LG유플러스를 제외하면, SK텔레콤과 KT는 전년대비 각각 1천710억원, 7천984억원 줄어든 수치다.

이들 통신3사의 천문학적인 설비투자 재원은 상당부분 기본료에서 충당된다. 통상 이동통신 요금에서 차지하는 기본료는 설비투자 비용 이외에 자산 운영비나 감가상각비 등에 쓰인다.

최근 국회에서 제기되는 기본료 폐지 주장은 통신사가 통화요금과 관련 없는 이 같은 고정비나 투자재원에 쓰이는 기본료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데서 출발한다. 즉, 통신사의 영리를 위해 쓰이는 고정비는 사업자가 수익 창출을 통해 마련해야 하며 기본료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료 폐지 가능한가

지난해 통신3사의 영업이익은 총 2조1천95억원이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1조8천250억원, 5천763억원을 기록했고 KT는 2천918억원의 손실을 봤다.

같은 기간 이들 통신 3사의 총 순익은 1조1천315억원에 달했다. 역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1조7천900억원, 2천27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KT는 9천452억원의 적자를 봤다.

3사가 지난해 투입한 설비투자 총액인 6조8천710억원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4조7천615억원, 순이익에서는 5조7천395억원이 모자란다. KT가 지난해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해 통신 3사의 총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현재 통신 3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구조로는 설비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결국, 기본료 폐지로 인해 통신3사가 설비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통신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통신사, 투자 안 해도 먹고사는 구조?

지난해 SK텔레콤의 설비투자비용은 2조1천450억원으로 영업이익 대비 16.5%에 이른다. 전 세계 통신사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는 2013년 4분기를 기준으로 메릴린치가 조사·발표한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 한국(SK텔레콤)은 설비투자 비중이 19.3%로 조사대상국 24개국 중 4위를 차지했다. 1~3위는 이탈리아(23.6%), 칠레(22.4%), 일본(20.2%)이 차지했으며 미국 14위(13.7%), 영국 16위(13.1%), 독일 19위(11.3%), 프랑스는 22위(9.0%)를 기록했다.

국내 통신사의 설비투자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정부주도의 통신망 구축이 이뤄지고 있다는데 있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미래 먹거리이자 ICT 분야의 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기반 인프라인 통신망 구축을 정부가 자의반 타의반 유도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다. 정부가 ‘3.9G’라 부른 와이브로를 통해 전 세계 통신서비스, 장비, 단말 시장을 선점하겠다며 적극적인 육성정책을 펼쳤지만 끝내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과 KT는 와이브로에 수조원의 네트워크 투자를 하고 현재도 이 망을 유지‧운용하고 있지만 2월말 기준으로 가입자는 각각 11만1천537명, 73만8천827명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계속 가입자는 줄어들고 있는 상태다.

국내 통신사들은 와이브로와 같이 투자손실에 따른 부담을 떠안으면서도 언제‧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2G, 3G, 와이브로, 4G망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평창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18년에는 정부와 함께 ICT 올림픽을 기치로 세계 최초 5G 시연과 2020년 상용화를 위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 ‘계륵’ 와이브로 여전히 운용 중인 통신사

정부주도의 인프라 성장정책은 사업자나 시장에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시간에 인프라를 갖추고 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대신, 상대적으로 시장은 고착화 돼 경쟁원리로 작동하는 사업자 간 경쟁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국내 통신 인프라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용자라면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많은 ICT 기업들이 작은 시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진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통신3사로 고착화된 시장은 늘 경쟁 활성화가 부족한 ‘그들만의 리그’로 지적 받는다. 경쟁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1~3위 사업자 간 요금 변별력도 없다는 지적도 자주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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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는 사업자 돈으로 해라’라며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시장상황은 인정하지 않은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과 같다. 기본료 폐지 보다는 보다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기본료가 없는 알뜰폰이 대체재로 있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정액요금제서 기본료 1만원이 없어졌다고 이를 가계통신비의 통큰 인하로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울러, 향후 통신사들이 영리 목적으로 망을 구축하고 구축해야 한다면 국회와 정부가 ‘망중립성’에 대한 논의도 동시에 새롭게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