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중국)=임민철 기자>화웨이가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출범 5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풀어야할 과제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세계 IT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 받고 많은 고객과 파트너 기반을 확보했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신생업체라 극복해야 할 난관도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화웨이는 지난 1987년 설립 이래 통신기술(CT)분야에만 집중하다 지난 2002년부터 서버와 스토리지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2003년 첫 서버 제품, 2004년 첫 스토리지 제품을 출시, 통신사에 공급하기 시작했고 이후 2011년 출범한 엔터프라이즈사업부에 이를 편입시키면서 기업부문 사업 확대에 나섰다.
화웨이는 1997년부터 국외 진출을 시작했다. 한국을 포함한 170개국 이상 지역에서 지난달 기준 17만명 이상 직원을 뒀다. 전년도 연구개발비 66억달러를 포함한 연매출은 465억달러, 이가운데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매출은 전년대비 27.3% 증가한 31억달러다.
아직 한국에선 지난 2013년말 출범해 이제 3년째인 엔터프라이즈사업부 관련 소식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본사 차원에선 화웨이 엔터프라이즈사업부의 현황이나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한국 시장을 향한 정보 제공 창구가 제한돼 있는 동시에 이를 통제하는 본사 방침이 까다로운 편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중국 선전의 화웨이 본사 방문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사업부의 주요 현황과 전략을 들을 수 있었다. 본사 엔터프라이즈 사업부 소속 임원들이 직접 사업부에서 다루는 기술 및 제품 현황과 시장 상황을 전했다. 다만 이들에게 한국은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시장으로 비치는 분위기였다. 첫 브리핑을 지난해 11월 방한했던 쑨찌아웨이 화웨이 엔터프라이즈사업부 IT제품군 마케팅 디렉터가 맡았다. 그는 엔터프라이즈사업부의 한 축인 IT제품군의 서버, 스토리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솔루션, 4개 영역을 아우르는 구성과 시장에서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화웨이 IT제품 전략은 대충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인텔과 지속 협력해 고성능 고효율 서버를 출시한다. 모든 스토리지에 동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를 구현한다. SAP HANA와 연계한 통합솔루션 사업에 속도를 낸다. 가상화기술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와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수요에 대응한다.
IT제품 사업으로 거둔 성과의 현황은 어떨까. 가격은 몰라도 공급 물량은 상당한 궤도에 오른 듯했다.
조사업체 가트너의 작년 4분기 출하량 자료상 화웨이 스토리지는 중국 1위, 서버는 중국 4위다. 블레이드서버는 세계 2위다. 또 가트너 매직쿼드런트보고서는 화웨이의 디스크어레이, 솔리드스테이트어레이, 블레이드서버, 통합시스템 '퓨전큐브', 가상화솔루션 '퓨전클라우드', 5개 제품군을 등재했다.
화웨이의 엔터프라이즈사업부는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했다.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레드햇, HP, 시스코를 비롯한 기술개발업체와 공급망 파트너 등 500여곳과 함께 IT제품과 업계의 1만개 이상 제품간 호환성테스트를 실시했고 호환되는 제품 시나리오는 100만가지를 넘는다고 한다.
쑨 디렉터는 이런 정황들을 근거로 화웨이의 기술적인 역량이 업계 인정을 받고 화웨이가 IT분야 주요 사업자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라며 주변 경쟁자들의 공세적 태도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는데, 앞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키우고 업계 리더 영역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화웨이는 이를 위해 IT제품군 담당 연구개발센터를 중국, 미국, 유럽, 인도, 4곳에서 운영 중이다. 연구인력 규모는 1만명 이상이다. 미국에선 아키텍처 설계, 유럽에선 SAP같은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 인도에선 빅데이터연구, 이런 식으로 특화된 중점 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화웨이의 서버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기술은 중국과 유럽 지역에서 소기의 성과를 냈다. 중국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나 프랑스 콴트(Qwant)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사업자가 화웨이 서버를 쓴다. 또 세계 데이터센터 중 480곳에 화웨이 제품이 공급됐고 이가운데 클라우드데이터센터가 160곳이다.
쑨 디렉터는 사업자들이 화웨이를 선택하는 이유에 대해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갖췄고, 10년 이상 지속된 투자기반을 보유했으며, 플랫폼 종속성 없는 중립적인 개방형 기술을 제공하고, 효율적인 구축 및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한 기대 충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IT제품군과 별개로, 과거 통신사업자 대상으로 제품을 공급했던 CT분야의 장기를 살려 기업용 네트워킹솔루션 영역에서도 활약 중이다. 화웨이는 이 분야 공급 제품을 IP제품군으로 부른다.
화웨이의 IP제품군 전략을 간단히 정리하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가상화 및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다. 화웨이는 이 2가지를 위해 다양한 캠퍼스네트워크 솔루션과 운영 및 유지보수(O&M) 사업 및 SDN플랫폼과 클라우드패브릭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장슈에펑 화웨이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네트워킹 솔루션 마케팅 디렉터는 재작년 선보인 '애자일네트워크'라 불리는 SDN기반 솔루션 개념과 캠퍼스네트워크용 '애자일브랜치' 솔루션을 설명했다. 네트워크가상화 기술 '클라우드커넥트'와 패브릭기술 '화웨이클라우드패브릭'의 경쟁력도 강조했다.
장 디렉터는 개별 솔루션의 기술적인 진화 과정보다는 최신 제품의 가치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
애자일네트워크는 수십일 걸리는 엔터프라이즈 환경의 네트워크장비 업그레이드 시간을 수십분으로 줄여 준다. 애자일브랜치는 고객의 장비구매와 구축과정을 줄이고 저비용의 원격관리를 실현한다. 클라우드커넥트는 물리, 가상화, 클라우드 환경을 동시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클라우드패브릭은 여러 가상네트워크를 연결 가능하다.
화웨이는 이를 통해 세계 각지에 다양한 네트워크 솔루션 공급 사례를 확보하고 있었다.
우선 모 유명 대학교에 최초로 100기가비트이더넷(GbE) 장비를 공급, 2천개 이상의 액세스포인트(AP)를 배치했다. 중국 한 지역 버스에 승객들이 인터넷을 이용가능한 모바일브랜치를 구축했다. 망사용률이 50%였던 인터넷업체 망에 SDN을 구축해 이를 80%까지 끌어올렸다. 관중 5만명 이상을 수용 가능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경기장에 2만명 이상이 동시 사용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이렇듯 IT제품군과 IP제품군을 담당하는 화웨이 엔터프라이즈사업부의 임원들은 화웨이가 세계 시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방향과 최근까지 거둔 소기의 성과를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엔터프라이즈의 거시적인 지향점이나 발전방향에 대한 언급은 제한된 모습이었다.
여기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세번째 브리핑을 진행한 임원이 캐서린 두 화웨이 엔터프라이즈사업부 마케팅 및 솔루션 세일즈 부문 총괄 디렉터였기 때문이다. 두 총괄 디렉터가 브랜딩, 코어네트워크 세일즈 엔지니어링, IT제품군 엔지니어링, 엔터프라이즈 마케팅, 솔루션 세일즈 책임자로서 사업부의 비전을 내놓는 역할이었다.
두 디렉터는 화웨이가 엔터프라이즈사업부를 출범시킨 이유를 사물인터넷(IoT) 트렌드에서 꺼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브로드밴드, SNS 등과 함께 대두된 주요 화두가 IoT다. 이후 지금까지 IoT에 대한 업계 관심이 지속적으로 고조됐다. 업계서 해당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두 디렉터는 당시 (통신업체용 네트워크장비부문) 사업 구호가 'better connected world'였듯 사람과 사람간의 초점을 맞춰 왔는데, 이게 IT영역으로 확장됐다며 오는 2020년까지 1천억개 사물이 연결되는데 이중 90%는 사람과 사람간 연결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 기계와 기계간 연결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지난달 독일 하노버 세빗(CeBIT) 행사장에서 제시된 '인더스트리4.0' 관련 메시지를 재구성한 것이었다. 정리하면 인더스트리4.0의 핵심은 각 산업별로 고립돼 있던 IT와 네트워크 장비, 임베디드 플랫폼 등의 경계를 허물고 정보화를 통해 '스마트팩토리'를 실현하는 것이다.
화웨이의 엔터프라이즈사업부는 인더스트리4.0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센서 및 게이트웨이 등 IoT플랫폼과 5G 및 SDN 등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플랫폼 등 인프라에 초점을 맞췄다. 그 위의 비즈니스 응용 플랫폼이나 업무 애플리케이션은 화웨이가 파트너를 통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다.
얼핏 시스코의 만물인터넷 메시지와도 겹쳐 보이는 화웨이의 사물인터넷(IoT) 전략은 대단히 새롭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선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게 사실이다.
다만 IoT를 염두에 둔 화웨이의 엔터프라이즈사업 전략이 한국에서도 실현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일단 엔터프라이즈사업부가 모든 화웨이 지사 설립지역에 출범된 게 아니며, 사업부가 꾸려졌더라도 그 지역에 본사의 모든 제품 및 사업 전략이 실행되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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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디렉터는 엔터프라이즈 사업은 화웨이가 집중하기로 선택한 지역과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전개된다며 지역별 지사를 통해 제품 및 기술 파트너정책 '디벨로퍼프로그램'이나 유통파트너정책 '채널프로그램' 등으로 묶인 협력 생태계를 활용한 사업전략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쑨 디렉터는 엔터프라이즈사업부의 약점으로 브랜드인지도를 꼽았는데, 이에 대한 두 디렉터의 생각은 필요한만큼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활동을 소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한국 시장에서의 마케팅과 관련된 세부 계획은 자신보다 한국화웨이 측에 묻는 게 맞다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