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현장에도 데이터 분석 팬서비스 확산

팬 서비스 및 수익성 강화에 기여 기대

일반입력 :2015/03/20 08:12    수정: 2015/03/24 10:06

<멜버른(호주)=임유경 기자>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크리켓월드컵2015' 8강전.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맞붙은 대결에서, 팬들의 시선은 그라운드만 향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화면도 들여다보는 장면이 종종 연출됐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실시간으로 표시된 공의 방향과 속도를 확인하며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볼러(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공의 속도와 구질은 물론 날씨, 선수의 지난 기록 등 총 스무 가지 데이터가 한번에 합쳐진 후 실시간으로 분석돼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었다.

국제크리켓협회(ICC)는 이번 대회에서 팬들이 경기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가진 SAP와 함께 공식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ICC가 보유하고 있던 지난 40년간 모든 경기 기록이 SAP의 인메모리 실시간 분석 플랫폼 HANA를 통해 분석됐다.

과거 데이터와 현재 기록을 비교하며 보니 팬들도 감독이나 코치 못지 않은 전문적인 분석이 가능해 졌다. 예컨대 크리켓월드컵 웹사이트에선 과거 투수와 포수 간 파트너십이 얼마나 잘 맞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을 보면 팬들도 이 투수가 나올 때 어떤 포수가 같이 나와줘야 할지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선수 교체 타이밍까지 판단할 수 있다.

크리켓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공개된 지 한달 여 만에 크리켓월드컵 앱은 지금까지 320만 명이 다운로드 받아 약 20 개 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앱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은 사람은 3천800만 명을 넘었다.

이렇듯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는 스포츠 산업에서 팬심을 사로잡기 위한 비밀병기로 데이터 분석이 주목 받고 있다. 단순히 관람하는 팬을 넘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기에 적극 참여하게 만들면 해당 스포츠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기대다.

스포츠 팬들의 참여를 끌어 올리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활용하는 스포츠 분야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협회(NBA)는 팬들이 직접 선수 역량을 비교 분석할 수 있게 각 선수의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파울, 공을 가지고 있는 시간 등을 분석해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에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팀에 대해 예측을 하고 시나리오를 써서 시나리오 대로 경기가 진행되는지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제니 루이스 SAP 글로벌 스폰서쉽 기술 담당은 스포츠와 데이터 분석이 결합돼 기존에 진행되었던 일방적이 정보 전달이 아닌, 쌍방이 모두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국내 스포츠 산업에서 IT기술을 이용한 데이터 분석이 적용된 사례는 아주 드물다. 데이터 분석이 스포츠 산업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는 최근의 글로벌 추세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스포츠 협단체 관계자 중엔 데이터 분석이 오히려 스포츠를 재미없게 만들고 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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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데이터 분석이 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고 있는 글로벌 사례가 늘어나면서 국내 스포츠 산업계에도 변화가 불어 올 것으로 예상된다.

SAP 아시아 태평양 최고경영책임자(COO)는 한국에서는 야구와 축구 같이 서로 다른 종목의 인기 스포츠들이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 않냐”며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시즌 우승을 장담할 순 없지만 팬의 증가와 그에 따른 수익률 향상에 있어선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