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IT 업계에선 이 말이 잘 어울리는 업체가 몇 군데 있다. IT 격변기 때마다 숱한 고비를 넘기며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곧 자신들의 주력 제품이라는 생각으로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끊임 없이 변신해 왔다. 오라클, IBM이 대표적이다.
지난 40년 동안 비즈니스를 유지해 오고 있는 CA도 그 중 하나다. 국내에선 IBM이나 오라클처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선 10위 안에 드는 거물급 회사다.
이런 CA가 또 한번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CA 마이클 최 사장에 따르면 CA는 지난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다시 짰다. CA는 '소프트웨어가 비즈니스를 다시 쓴다(Business rewritten by software)'는 모토아래 향후 3~4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CA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마존이 유통산업을 바꿔놨고 우버가 전세계 택시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한 흐름인 게 사실이다. 모든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과 운영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CA 하봉문 상무는 기업들의 비즈니스가 소프트웨어로 인해 재정의 되고 있는 상황에서 CA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기업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새로운 경험을 개발할 때 어떤 도움을 줄 것이냐가 향후 CA의 사업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A는 기업이 쉽고 빠르고, 저렴한 비용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배포한 후 모니터링과 관리까지 할 수 있게 다양한 솔루션을 통해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사업 전략 아래 올해 CA가 대표적으로 강조할 솔루션 중 하나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 매니지먼트 플랫폼이다.
API는 가지고 있는 데이터나 서비스를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으로 내부 자원이 외부와 연결되는 매개체라고 볼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선 API를 활용하면 애플리케이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빨리 개발할 수 있다. API제공 업체에선 API를 개방 함으로써 API 사용료 같은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에코시스템을 형성하는 더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페이팔은 다른 결제앱들에게 API를 공개해 제3자 앱에서 들어오는 거래에서도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글로벌 최대 여행 사이트인 익스피디아도 다른 여행 사이트에 여행 상품 정보를 API로 공개하고 있고 이런 제휴 네트워크를 통한 발생한 매출이 전체 중 90%에 이른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서 API 사용이 확산됨에 따라 CA는 API 관리 플랫폼이 중요해 질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전에는 개발자들이 API를 일일이 관리했지만 사용하는 API가 많아지면서 연동 인증 같이 백엔드에서 손봐야 할 일들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API를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사례가 많지 않다. 국내에서 API를 제공할 만한 업체는 대형 포털이나 통신사 정도 밖에 없다. 사용자 입장에선 API 품질에 대한 문제, 쓸만한 API가 없다는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이런 상황에서 CA의 새로운 API 매니지먼트 비즈니스가 얼마나 성공을 거둘진 아직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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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CA는 타겟 산업 1순위로 통신분야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 CA 조상원 부장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프라를 제3 개발 업체에게 제공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데 관심이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도 잠재 고객으로 보고 기대하고 있다. 조 부장은 “핀테크도 따져보면 금융권이 결제정보를 API로 열어줘 비즈니스를 만든 사례”라며 국내에서도 API 매니지먼트가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