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안건처리에 2시간 '진통'

'빅딜' 삼성테크윈 직원 등 소액주주 소신발언 이어져

일반입력 :2015/03/13 11:52    수정: 2015/03/13 13:37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진통 끝에 마무리됐다. 지난해 사상 최고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45분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별다른 이견없이 의안들이 통과됐던 예년과 달리 이날 주총에서는 소액주주들의 소신 발언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400여명의 주주와 투자자가 참석한 가운데 제46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제46기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세 가지 안건이 다뤄졌다.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통과가 이뤄졌지만 그 과정에서 진통이 적지 않았다.

첫 안건으로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 영업실적 보고와 올해 재무제표가 보고되자 한 주주는 임직원들의 월급이 동결된 상황인데 삼성전자 CEO들은 일본 도요타 등 해외 기업들에 비해 연봉이 월등히 높다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은 기본급 동결에도 호봉에는 임금 상승분이 반영됐는데 해당 내용이 보도가 되지 않아 동결된 것처럼 알려졌다면서 삼성전자는 경쟁 업체 대비 최고 수준의 임금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도요타를 예로 들었지만 미국 애플의 경영진 연봉과 비교한다면 (주주의 지적에는) 어폐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해외 동종 업계와 비교하면 경영진 연봉은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한화그룹과 '빅딜'로 매각이 결정된 삼성그룹 방위산업·화학계열 4개사(삼성토탈·삼성종합화학·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임직원들도 주총에 참여해 일방적인 매각 결정에 불만을 터뜨리면서 의안에 대해 반박에 나서 일부 소란이 있기도 했다.

한 주주는 글로벌 시장이 격변하고 있는데 IT 산업의 1인자인 삼성전자가 제대로 미래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회계기관이 감사한 숫자에 불과한 재무제표가 아닌 확실히 예측 가능한 미래 가치를 얻기 위해 오늘 주총에 왔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어진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주주들의 의사진행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한 주주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의 평가기준을 투명하게 제시해달라고 주장하면서 이사진들은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이익을 위해서 앞장서는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상당히 많다면서 특히 사추위 평가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권오현 부회장은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지만 사외이사진들이 지난 3년 간 우리 회사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같은 평가기준이 점수처럼 매겨지는 것은 아니며 내부적인 평가기준은 사기업의 기밀사항으로 공개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또 사외이사 선임의 근본적인 목적은 그 분이 가진 역량과, 지식, 경험을 사는 것이라면서 현재는 융복합 시대인 만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외이사진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서 권오현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권 부회장과 함께 3년 임기가 다한 김한중 감사(차병원그룹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이병기 교수(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도 사외이사로 재선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 이사회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CE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IM부문 대표이사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 사장(이상 사내이사), 이인호 전 신한은행 고문, 김한중 차병원그룹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송광수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 이병기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이상 사외이사) 등 총 9인 체제를 유지하며 지난해와 동일하게 구성됐다.

올해 이사 보수한도액은 종전 480억원에서 390억원으로 줄였다. 일반보수는 300억원 그대로지만 장기성과 보수가 180억원에서 90억원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3년 간의 실적을 평가해 장기성과금을 마련하고 이를 다시 3년에 걸쳐서 지급한다.

장기성과급 100%를 기준으로 첫 해에 50%, 이듬해에 25%, 그 다음해에 25%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가 장기성과급 50%가 지급되던 첫 해로 올해는 기준이 그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보수 한도 총액도 낮아지게 됐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1월 이사회에서 주당 1만9천500원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한 배당 확대 방안도 이날 주총에서 확정지었다.

이는 지난해 대비 40% 이상 늘어난 규모다. 그럼에도 주주배당이 적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권 부회장은 단기적인 보상에 만족하다가 세계 수 많은 회사들이 붕괴하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는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률 확보과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주주들은 의안 상정 때마다 수차례에 걸쳐 발언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권 부회장은 질문자는 의장인 제가 정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날 주총이 1시간 50분 만에 폐회된 이후에도 다소 실랑이가 있었다.

주총장 밖에서 삼성테크윈 직원들이 구호가 쓰여진 조끼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보안 직원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한동안 충돌이 벌어졌다. 또 한 개인주주는 삼성 그룹 15개 계열사가 동시에 주총을 열어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같은 반대 의견 속에서도 대다수 주주들은 박수와 지지발언으로 삼성전자에 힘을 보탰다. 주주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한 개인주주는 삼성전자의 내부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주주들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삼성전자가 지속 발전하면서 놀라운 신기술을 개발해서 세계 1위 위치를 지키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결정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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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장을 맡은 권오현 부회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어려운 경영여건 속에서도 주주들의 격려와 성원에 힘입어 글로벌 전자업계 선두자리를 확고히 했다면서 임직원 모두가 위기를 기회로 삼는 도전정신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하에서도 건실한 경영성과를 창출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회장은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프리미엄 제품 개발과 기술리더십 강화 등 차별적 경쟁력 강화 ▲B2B, 콘텐츠, 사업 신규 고객 발굴과 새로운 수요 창출 ▲스마트헬스와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 신사업 본격 추진 등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