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800MHz 투자 전혀 안 했다

할당조건 미이행……정부 “조사 후 제재 여부 결정"

일반입력 :2015/02/27 08:06    수정: 2015/02/27 15:03

김태진, 박수형 기자

KT가 지난 2011년 8월 구(舊)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할당받은 800MHz 주파수에 대한 투자를 전혀 집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방통위는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3년 이내에 15%(인구기준 약 30%), 5년 이내 30%(인구기준 약 60%)의 망 구축을 할당 의무조건으로 부과한 바 있어, 정부 당국이 KT의 할당조건 미이행에 대해 어떤 제재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KT로서는 전임인 이석채 회장 당시의 실책으로, 수천억원의 주파수 할당대가를 지불하면서 투자도 활용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KT는 2011년 KT파워텔과 일부 주파수공용통신(TRS) 사업자로부터 반납 받아 할당받은 800MHz 대역 10MHz폭에 대한 투자를 전혀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부는 올 연말까지 이행점검을 한 뒤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KT가 할당받은 800MHz 주파수 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 할당받은 1.8GHz와 2.1GHz에 대한 투자 이행점검을 할 계획”이라며 “올 연말까지 조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래부 관계자는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KT가 800MHz에 대한 투자를 전혀 집행하지 않은 상태”라며 “3년차 첫 이행점검이기 때문에 주파수 할당 취소나 회수 같은 강력한 제재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계도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래부가 행정절차 등을 통해 투자이행을 주문하더라도, KT가 해당 주파수를 활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KT가 할당받은 800MHz 주파수는 상‧하향 5MHz씩에 불과한 협(狹)대역이어서 광대역 추세에 맞지 않아 앞으로도 투자 실행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오히려 인접대역 10MHz폭을 사용 중인 SK텔레콤이 활용할 경우, 광대역 주파수로 활용가능하다는 점에서 미래부의 정책 판단이 주목되고 있다.■800MHz 투자이행 점검, 왜?

2011년 6월, 구 방통위가 800MHz, 1.8GHz와 2.1GHz 대역에 대한 할당공고를 발표했지만, 당시 주파수 경매가 처음으로 도입된 해여서 8월말에나 경매가 종료됐다. 그러나 경쟁사인 SKT, LG유플러스가 해당 대역을 바로 사용할 수 있었던데 반해, KT는 기존 TRS 사업자들로부터 해당 주파수를 회수받아야 했던 만큼, 정식으로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이듬해 7월부터였다.

KT파워텔 관계자는 “당시 800NHz 대역에서 14MHz폭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중 4MHz폭을 반납하고 현재는 10MHz폭을 사용하고 있다”며 “일부 TRS 사업자도 주파수를 반납했고 이에 따른 신규 기지국 설치와 이전 문제로 1년간의 유예 기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지난 연말께, KT는 6월말이 주파수를 할당받은 시점으로부터 3년이 경과돼 첫 이행점검을 받는 시기를 맞게된다.

■KT 투자 못하는 이유는

당시 KT는 SK텔레콤과 함께 2.1GHz 주파수 확보를 위해 경매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4천455억원으로 시작한 최저경쟁가격은 동시오름 경매방식을 통해 치솟았고 SK텔레콤이 결국 9천950억원에 낙찰 받았다.

‘승자의 저주’까지 언급됐지만 KT가 “사회적 논란과 국가적 손실 초래를 방지한다”며 경매참여중단을 선언하면서 일단락됐다. 그리고 KT는 800MHz를 최저경쟁가격인 2천610억원에 가져갔다. KT는 “기존에 보유한 900MHz, 1.8GHz와 함께 총 50MHz폭의 LTE 주파수를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KT는 SK텔레콤이 인접대역 800MHz 주파수를 가져가게 하고 1.8GHz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KT는 계열사인 KT파워텔의 800MHz 일부를 반납토록 했고, 800MHz 주파수 경매에 나올 수 있도록 했다.

실제, 방통위는 당초 2.1GHz만 경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가 이후 800MHz, 1.8GHz를 추가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방통위는 “2.1GHz 대역만으로는 1개 사업자만 할당이 가능해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돼 가용 주파수를 동시에 할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KT는 원하지 않았던 800MHz를 가져갔고, 할당받은 이후에도 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 채 할당대가만 납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주파수 묶음기술(CA, Carrier Aggregation)을 이용해 3개 대역을 묶은 4배 빠른 LTE 개시를 발표할 때도, KT는 3개로 묶을 주파수가 없다며 기존 3G 대역인 2.1GHz를 LTE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할 정도였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9월 경쟁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ICT 분야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이를 허용했다.

당시 KT는 800MHz를 비롯해 900MHz, 1.8GHz 등 LTE용 3개 주파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협대역인 800MHz 주파수는 활용할 수 없었다.

■향후 800MHz 활용 어떻게?

정부는 주파수 할당 3년이 경과한 만큼, 투자이행 점검에 나서 투자를 유도한다는 입장이지만, KT의 800MHz 활용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쟁사들 주파수 대역의 중간에 위치한 협대역 주파수로 활용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KT가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경쟁사들을 의식해 '알박기용'으로 주파수를 가져간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만일 해당 대역을 SK텔레콤이 가져갈 경우, LTE 주파수 대역에 붙여 광대역 황금주파수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KT가 800MHz 대역에서 KT파워텔이 사용 중인 TRS망을 더해 광대역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SK텔레콤의 LTE망을 광대역화 하지 못하게 하는 용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KT가 이행점검 과정에서 할당조건 미이행의 이유로 주파수 혼‧간섭 등의 불가피성을 내세울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KT가 이미 경매로 할당받은 지 3년이 경과됐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만큼 할당조건 미이행에 따른 할당취소까지는 어렵겠지만 시정명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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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2013년 미래부는 폭증하는 모바일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통신3사 모두 주파수 광대역화를 할 수 있도록 주파수 경매방식을 만든 바 있다”며 “KT의 800MHz 투자 미이행 여부가 주파수 광대역화 움직임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800MHz에 대한 할당조건 이행점검에서 어떤 결론을 낼지, 이후 KT가 800MHz 대역에 어떤 활용카드를 꺼낼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