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PC와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자동차로 세 번째 혁신에 도전한다. 시대의 전환에 앞장 서 왔던 애플의 이같은 거듭된 도전에서 새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애플이 최근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정황은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전기차 개발 사업인 ‘타이탄(Titam)’을 진행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온 데 이어, 미국 차량용 2차전지 제조사인 A123시스템즈로부터 전기차 관련 ‘인력 빼내기’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피소되면서 이같은 루머가 사실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PC-스마트폰 시대 열어 젖힌 애플의 혁신
애플은 창업부터 지금까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아왔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로날드 웨인 등이 공동 창업한 이 회사는 이후 잡스의 주도 하에 세계 최초로 개인용 컴퓨터(PC) ‘애플I’을 개발, 출시한다.기존 ‘비싸고 거대한 컴퓨터’를 개인용 기기로 재탄생시키며 PC의 시대를 열어 젖힌 것. 이때부터 PC의 역사가 시작됐고, IBM 진영과의 경쟁 속에 전 세계 컴퓨터 보급은 급속도로 진행됐다. KT경영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세계 인구당 PC 보급률은 20%로 2004년 7% 보다 3배 가량 증가했다.
애플은 PC 시대를 열었지만 이후 잠시 주춤거리며 잡스와 결별했다. 그러나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만든 ‘픽사 스튜디오’로 기사회생한 잡스를 다시 맞아 들인 뒤 아이팟을 선보였다. 당시만해도 “용량만 큰 이런 기기를 누가 쓰느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지만 잡스의 궁극적인 방향은 그 다음을 보고 있었다. 바로 ‘아이폰’이었다.
2007년 처음 등장한 아이폰은 구체적인 수요가 없어 막연하던 스마트폰 시장을 ‘유의미한’ 시장으로 만들었다. 2010년 아이폰3GS가 출시되던 해 스마트폰의 인구당 보급률은 기존의 피처폰을 제쳤고, 지난해에는 PC 보급률까지 넘어서며 애플에게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주었다.
■핀테크로 발돋움하고 전기차 제조사로 '변신'
잡스는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까지 내놓으며 태블릿 시장 개척에 나선다. 용도가 애매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꿋꿋이 제품을 개선하며 교육용 수요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하기에 이른다.
잡스가 세상을 떠난 이후 불안정성이 커진 ‘애플 왕국’을 이끌게 된 팀 쿡은 두 개의 단기 승부수를 던진다. 애플페이와 애플워치가 바로 그것이다. ‘아이’ 시리즈가 아닌 ‘애플’ 시리즈로 명명된 두 개의 전략으로 애플은 사상 최고 시가총액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하지만 이것이 혁신의 끝이 아니다. 애플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어 오는 2020년 출시를 목표로 한다는 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는 별도의 엔진이 필요 없어 진입 장벽이 낮다”며 “전자 제품인 만큼 기존 전자업계의 빠른 참여도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라고 전했다.
컨설팅 업체 스트래티지엔의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제조사로 유명해진 테슬라모터스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겨우 2억달러를 집행했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인 폭스바겐과 도요타, 제너럴모터스 등이 많게는 135억달러에서 적게는 60억달러 이상을 연간 R&D 비용으로 쏟는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의 지난해 R&D 비용은 45억달러 수준이었다.
애플의 변신은 기술 시장에서 시대적 흐름의 변화를 의미했다. PC가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1위 업체가 보이는 움직임은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된다. 애플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경쟁 상대이자 동업자인 업체들의 방향도 감지된다. 애플뿐 아니라 삼성, LG, 소니 등 아시아의 전자업체들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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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2만9천여대로 집계됐다. SNE리서치는 “최근의 저유가 상황에서도 전기차 출하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순수 전기차인 EV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전지의 수요가 2015년을 계기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북미는 물론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환경오염과 이에 따른 규제 등으로 큰 폭의 성장이 전망된다.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