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와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 이하 넷마블)이 약 3천800억 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진행한 가운데 그 배경으로 넥슨(대표 오웬 마호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넥슨과 분쟁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넷마블의 주식 2만9천214주(9.8%)를 3천802억6천490만7천420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17일에는 넷마블의 엔씨소프트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졌다. 넷마블이 엔씨소프트 주식 195만주(8.93%)를 3천900억 원대에 인수키로 한 것.
양사는 이 같은 지분 교환에 대해 게임 사업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 목적이라며 17일 오전 공동 발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업계 및 관계자들의 시선은 양사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그 배경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넥슨이 있다.
■엔씨소프트-넥슨, 경영권분쟁
엔씨소프트는 최근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8일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 취득, 보유 지분을 15.08%로 최대주주가 되면서부터다.
이후 넥슨은 지난달 27일에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다고 공시했으며 지난 6일에는 엔씨소프트에 보낸 주주제안서 전문을 공개했다.
당시 넥슨은 주주제안서를 통해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이사 선임, 실질주주명부의 열람 및 등사, 전자투표제 도입,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의 처분, 주주 이익 환원 정책 등을 요청했다.
이에 엔씨소프트 측은 이사선임, 실질주주명부 열람, 전자투표제 도입 등을 일부 수용했으며 자사주 소각, 비영업 부동산 처분 등에 대해선 거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민감한 상황이 이어지자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NXC 회장 간의 사이가 멀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던 상황. 때문에 최근 관련 업계의 최대 관심은 다음 달 27일로 예정된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였다.
■넷마블-넥슨, ‘서든어택’ 둘러싼 신경전
넷마블과 넥슨은 지난 2011년 온라인 FPS 게임 ‘서든어택’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과거가 있다.
넥슨이 지난 2011년 5월 ‘서든어택’을 개발한 게임하이(현 넥슨지티)를 인수한 것이 갈등의 시초다.
‘서든어택’은 당시 CJ E&M 게임부문이던 넷마블 매출의 약 20% 정도를 차지하며 효자게임으로 불리던 상황. 그런데 넷마블과 게임하이 간 계약만료일이 두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넥슨이 게임하이를 인수했다.
넷마블은 업계 최고 수준의 계약 조건을 제시하며 게임하이와 넥슨에 재계약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서든어택’은 넥슨 손으로 넘어갔다. ‘서든어택’은 현재까지도 국내 온라인 FPS 게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대 매출원인 ‘서든어택’을 눈 뜨고 빼앗긴 넷마블이 넥슨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을 리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처럼 넥슨과 감정의 골이 깊은 두 회사가 지분교환을 통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 업계의 시선은 자연히 넥슨으로 쏠린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협력 관계 구축을 요청한 상황에서 넷마블이라는 제 3자가 둘 사이에 끼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추후 넥슨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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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넷마블이 넥슨의 우호지분으로 역할 할 경우 넥슨 측이 보유한 15.08%의 의결권도 힘을 잃게 된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넷마블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10.16%와 8.93%를 합치면 19.09%로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편 넥슨 측은 엔씨소프트의 넷마블 주식 매입에 대해 “약 4천억 원으로 10% 미만의 소액 지분을 확보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이번 주식 인수는 소통 없이 이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