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합산규제, ‘사후규제’ 전환하자" 제안

국회에 절충안 제시, 케이블TV “용납 못할 내용”

일반입력 :2015/02/16 16:40    수정: 2015/02/16 16:57

유료방송 시청점유율 합산규제 논의가 KT 측의 절충안 제시로 새 국면을 맞게됐다. 다만 KT 안을 두고 케이블TV 업계는 절충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KT 진영에서 사후규제 방식을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그간 방송 가입자 사전규제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던 KT다. 케이블TV 업계는 이를 두고 규제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의지라며, 절충 대안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합산규제 자체에 반대하던 KT가 스스로 절충안을 내놓을 만큼 어떤 방식이든 이번 국회 일정 내에서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에 합산규제 관련 법안과 클라우드법을 동시 처리하자는데 뜻이 모였기 때문이다.

다만 의원 발의 법안과 정부안, 사업자 절충안과 이에 대한 의견이 맞물린 가운데 어떤 방향이 될 것인지 업계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 1/2 상한 규제? OTS만 유료방송?

KT스카이라이프가 미방위 의원에 제출한 절충안에 따르면 상한 기준 수정, 위성 제외, 사후규제 등 합산규제 관련한 3가지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1안은 상한 기준을 3분의1에서 2분의1로 바꾸고 있다. KT IPTV와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특수관계자 가입가구로 합산하는 기존 논의까지는 궤를 맞추고 상한 기준을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절반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 안의 경우 방송법 내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모두 3분의1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KT를 제외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범위다.

2안의 경우 무선 단방향 위성전용 서비스를 제외하고 유료방송 시장을 합산하자는 것으로 위성방송에 IPTV가 결합된 OTS 상품만 규제범위에 두겠다는 것이다.

즉, 위성방송 단일 상품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내용으로, 합산규제 법안 발의의 본래 취지였던 특수관계자 내용이 빠져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다.

■ KT “사후규제면 한발 양보” vs 케이블TV “절충이 아니라 후퇴”

사실상 절충안 가운데 3안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를 가정해 KT가 힘을 실은 부분으로 해석된다. 내용은 기존에 논의되던 합산규제 사업자 추정 기준이나 상한 범위는 그대로인데, 규제 방식을 사후 행위 규제로 한 점이 주요 특징이다.

사전규제일 경우 KT IPTV와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의 합산 시장 점유율이 33%를 초과하게 될 경우, 법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동시에 내려지면서 시정명령이 가능하다. 즉 KT그룹은 법 위반을 피해 정해진 수치 이상의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반면 사후규제일 경우 가입 가구수를 법이 정한 범위를 넘게 되더라도 가입자수를 강제로 줄이지 않는다. KT 측이 제시한 법안에는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KT 측의 사후규제 제시에 대해 케이블TV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업계 한 관계자는 “사전규제로 해야 법안 취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면서 “사후규제는 이미 점유율을 넘기고 상황에 따라 규제를 할지 말지 정하는 방식이라 법이 특정 기업의 시장 지배적 점유율 유지 효과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여야 합의 수준에 업계 이목 ‘집중’

일단 KT가 마련한 제시안은 수년간 이끌어온 논란 중에 논란 대상 사업자가 직접 제시한 수정안이다. 때문에 국회는 기존 논의 안에서 KT 안을 지나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료방송 업계가 KT를 중심으로 반으로 나뉜 논란 속에서 이에 대응하는 수준의 반대 의견도 수렴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국회 미방위 안팍의 목소리다.

결국 설 연휴가 끝난 23일 상임위 법안소위 논의 향방에 따라 합산규제 윤곽이 그려질 전망이다. 합산규제 도입을 주장해온 야당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칠 경우, 클라우드법과 함께 또 다시 이번 회기를 넘길 수도 있지만 여야가 최대한 합의를 이끈다는 방침이다.

국회 미방위 야당 한 관계자는 “여당에서 합산규제는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던 움직임이었지만, 미래부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클라우드법을 위해 한발 물러서기로 한 상황”이라며 “여당 상임위 간사가 바뀌면서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 통과를 위해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 발의안도 있고 정부안도 나온 상황에서 정부의 통합 방송법을 중심으로 3년 일몰 33% 규제가 주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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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충 제시안으로 사후규제가 갑자기 화두로 떠올랐지만 실제 KT 고민은 다른 부분에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 제출한 절충안 이전에 KT가 정부와 논의를 하면서 33% 일몰 규제를 한다면 SK텔레콤의 모바일과 IPTV의 결합판매에 대한 규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KT가 걱정하는 부분은 자사에 내려지는 상한 규제가 아니라 경쟁 통신사가 결합 판매를 통한 시장 영향력 확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