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타(일본) = 권봉석 기자> 우리에게 온천 휴양지 '유후인'으로 유명한 오이타 현, 하지만 이 곳에 캐논의 고성능 DSLR 카메라와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렌즈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오이타 공항에서 자동차를 타고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오이타 캐논 오이타 사업소가 바로 그 곳이다. 35만 7천 제곱미터 규모의 거대한 공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인간과 기계의 힘을 빌어 고성능·고품질 카메라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 캐논 DSLR 카메라의 요람부터 무덤까지
오이타 사업소는 2005년부터 DSLR 카메라 양산을 시작해 현재는 하이엔드 DSLR 카메라와 콤팩트 카메라, EF 렌즈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거점이다. 2015년 1월 현재 3천 13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보급형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생산은 또 다른 관광지로 유명한 나가사키 현 소재 공장에 이관되어 있다.
오이타 사업소는 제품 기획부터 개발, 생산, 수리 등 모든 공정을 처리한다. 1초에 10장씩 역동적인 순간을 잡아 낼 수 있는 EOS 1DX, 5천만 화소로 극한의 디테일을 추구하는 EOS 5DS 역시 오이타 캐논에서 태어났다. 제품의 생로병사 중 '사'를 제외한 사실상 거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셈이다. 생산 기술과 제품 출시 이후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국내외 캐논 공장에 전수하는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공장이 왜 오이타에 세워졌는지 일견 의아하기도 하다. 부품 조달이 쉬워 보이는 것도 아니며 항구가 가까워 수출에 유리한 것도 아니다. 이런 질문에 마시코 대표이사는 명확한 이유는 없지만 오이타는 일본에서도 풍요롭고 온난한 풍작지 중 하나로 꼽힌다. 캐논 창업자인 미타라이 츠요시의 고향이 오이타 현이라는 사실도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인건비와 오차 줄이는 셀 생산 방식
DSLR 카메라는 크고 작은 수백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며 생산 공정도 자연히 노동집약적이다. 문제는 이런 생산 공정은 보급형 제품부터 고부가가치 제품까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해외 거점에 공장을 세워 가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품질 관리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불의의 자연재해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한다. 2011년 태국을 덮친 홍수 사태로 니콘 하이엔드 DSLR 카메라인 D800의 공급이 지연되었던 사태가 기억에 새롭다.
캐논은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센서와 렌즈, 화상처리엔진 등 핵심 부품을 오이타 사업소에서 모두 자체 생산하고 있다. 물론 보급형 렌즈나 저가 제품은 중국, 대만,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해외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일본 국내 생산을 위해 캐논이 꺼내 든 무기는 바로 인간이 지닌 장점과 기계가 지닌 장점을 결합한 '셀 생산'이다. 나사를 조이거나 부품을 채우는 단순 작업 중 상당수를 기계에 넘기는 대신 오감을 활용한 불량 검사나 최종 진단 등 필요 최소한의 작업만 사람이 담당한다. 카메라 생산 공정을 안내한 제조1과 하야시 리에씨는 EOS 70D를 한 시간 동안 600대 생산하는 데 총 12명이 필요할 정도로 자동화가 진행되었다. 모든 공정을 전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 인원감축이나 정리해고는 없다
모든 공정을 전자동화하는 것은 분명한 이점을 지닌다. 생산 속도를 한층 높여서 출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데다 제조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 그렇다면 제품 생산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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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문에 오이타 캐논 마시코 리츠오 대표이사는 담당하던 업무가 자동화되어도 인력 감축은 없다. 직접 카메라를 만들던 사람이 보다 보람있고 가치있는 작업으로 재배치될 뿐이다. 이런 선순환을 통해 보다 진화한 '모노즈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부 이와타케 부장은 현재 지적장애인 29명이 제품 포장이나 간단한 유닛 조립, 스티커 부착 등을 수행하는 사회공헌기업인 '캐논 윈드'도 운영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직원들의 직무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오이타 사업소 인근에 세워진 오이타 모노즈쿠리 인재육성센터는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모노즈쿠리' 강좌 126개를 준비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앙상블을 통해 일본 고유의 장인 정신 '모노즈쿠리'를 계승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