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에 '이미지 허브'로 반격 나선 캐논

백업·관리 기능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

일반입력 :2015/02/16 09:48

권봉석

캐논이 12일 개막한 일본 최대 카메라 전시회인 'CP+ 2015'에 전시한 제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전통적인 DSLR 카메라가 미러리스 카메라에,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가 스마트폰에 차츰 잠식 당하는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와이파이 등으로 연결성을 확보하던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촬영하고 저장한 다음 관리하는 과정을 단순화한 이미지 허브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구글·애플은 물론 드롭박스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사진 창고 역할까지 가져가고 있는 현실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 5DS·5DS R 쌍끌이 디테일로 승부

캐논 EOS 5DS·5DS R은 5천만 화소 풀프레임(36x24mm) 화소를 탑재해 화제를 모았다. 전체 크기로 사진을 찍을 경우 8688×5792 화소이며 4K(3840×2160 화소) 화면의 두 배다. 8K(7680×4320) 화면으로도 1:1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만큼 세밀한 사진을 담아 낼 수 있고 사진 일부분을 잘라내도(크롭) 보다 선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캐논의 설명이다.

실제로 캐논은 자사 부스에 5DS R로 찍은 거대한 사진을 전시해 디테일을 과시했다. 사진을 여러 장 찍어 한 장으로 합친 것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도로에 멈춰 있는 자동차 표지판이나 건물 밖에 걸려 있는 간판의 잔글씨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다. 상업용 사진을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진 작가라면 떨치기 힘든 이점 중 하나다. 실제로 캐논도 제품발표회에서 디지털백을 장착한 중형 카메라와 쉽게 구분하기 힘든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5DS는 적어도 세밀함에서는 중형 카메라에 상당히 근접한 결과물을 보여 주지만 판형(센서 크기)에서 오는 공간감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사진 기능을 강조한 스마트폰에 흔히 쓰이는 1/2.3인치 센서에 2천만 화소를 투입해도 미러리스 카메라에 흔히 쓰이는 APS-C 센서처럼 넓은 공간을 담아 내는데는 한계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 하이엔드 콤팩트로 틈새 시장 노려

한편 캐논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 라인업인 '파워샷'은 스마트폰으로 인해 변화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행사 첫날인데다 같은 시간대 입장한 참가자들이 대부분 영상업계 관계자와 취재진 등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해도 극히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캐논도 이를 의식한 듯 1인치 센서를 탑재한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파워샷 G7X'와 '파워샷 G1X MⅡ'를 강조했다. 이 두 제품은 스마트폰보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지만 DSLR 카메라의 조작법이 복잡해 어려움을 겪는 초보자, 혹은 DSLR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만 서브 카메라를 마련하고 싶은 전문가를 겨냥했다.

이외에 참고출전한 제품인 파워샷 G3X는 올해 내 공개를 목표로 개발중이다. 1인치 센서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금까지 나온 고화소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의 약점으로 꼽혀왔던 광학 줌을 25배까지

끌어올렸다. 20배 이상의 광학줌 카메라가 대부분 1/2.3인치 센서를 탑재한 것에 비해 노이즈가 적고 일부 부분을 잘라내도 훨씬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캐논 설명이다.

■ 사진 허브의 주도권 탈환

콤팩트 카메라와 DSLR 카메라를 막론하고 전통적인 카메라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결과물인 사진이나 동영상을 관리하고 공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휴대성과 연결성을 이용해 이런 약점을 파고 들었다. 여기에 구글은 구글 드라이브,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을 이용해 찍은 사진을 네트워크로 자동 백업하고 어느 기기에서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동기화에 나섰다. 디지털 사진을 관리하는 허브의 주도권이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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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이 선보인 커넥트 스테이션(CS100)은 사진을 복사하고 백업한 다음 관리하는 과정을 단순화한 이미지 허브다. NFC(근거리통신기술)와 와이파이를 내장한 캐논 카메라를 올려 놓으면 자동으로 사진이 복사되며 백업한 사진을 촬영한 기기별, 촬영한 시간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도 전용 앱을 설치하면 커넥트 스테이션으로 백업된다.

이미지 허브 탈환을 목표로 출범한 커넥트 스테이션이지만 해결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와이파이를 통한 사진 자동 전송은 아직 캐논 일부 카메라만 지원하며 니콘 등 타사 카메라는 지원하지 않는다. 타사 카메라의 결과물을 백업하려면 SD카드나 CF카드를 직접 꽂아야 한다. 캐논은 2015년 이후 출시되는 모델 중 NFC와 와이파이를 내장한 기종에서는 커넥트 스테이션을 통한 백업이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