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ICT 기술이 유네스코 선정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 1위를 기록하며서, 단숨에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역대 수상작인 트위터, 3D프린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신기술이, 대기업과 중소 벤처, 스타트업의 상생공간인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굴된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기술은 웨어러블 체온 전력생산이라고 불린다. 신체의 온기를 이용해 전기를 발생시키고 입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별도 발전 설비를 갖추지 않고도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점이 최대 강점.
'체온발전' 기술은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유연한 유리섬유를 활용한 열전소자다.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주는 소자를 가볍고 휘어질 수 있는 유리섬유에 적용했다는 뜻이다. 기존까지 열전소자는 세라믹 기판을 이용했는데, 유리섬유를 활용하면서 몸에도 지니기 쉽게 된 것이다. ■ 태그웨이, 유망 기술에서 그랑프리까지
이 기술의 주인공은 KAIST의 조병진 교수.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미래창조과학부 융합연구사업으로 선정, 6억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연구다. 이후 지난해 KAISR 교원창업프로그램을 통해 태그웨이란 스타트업으로 창업에 이르렀다.
특히 태그웨이는 창업 한달 후 중요한 단짝을 만난다. 대전 지역 창조경제를 위해 SK그룹이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세터의 ‘드림벤터스타기업’에 꼽히게 된 것이다.
조병진 교수가 CTO를 맡고 이경수 대표를 중심으로 7명이 모인 태그웨이는 SK그룹의 창업지원금 2천만원, 기술개발자금 2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대전 KAIST 나노종합기술원 9층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둥지를 틀고, 같은 건물에서 시제품 제작과 양산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
특히 ICT 기반의 통신과 에너지 등의 산업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SK그룹과 태그웨이의 아이디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점이 눈길을 끈다.
태그웨이의 체온 이용 열전소자는 전기 에너지를 만는다. 또한 차세대 ICT 제품 대표격으로 꼽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폭을 넓힐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한적인 배터리 용량에 상관 없이 늘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세상을 바꿀 기술을 꼽는 넷엑스플로 어워드에 등장하게 된 점도 흥미롭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경수 대표는 “SK 관계자가 이런 대회가 있는데 도전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해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원 출신의 이 회사는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업계 미팅에만 몰두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제품도 없이 마케팅 기회를 거머쥔 셈이다 ■ 반영구적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력공급원
이전까지 많은 연구원들이 유연한 소재의 열전소자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유연한 물질을 이용하면 유기물 특성상 열전효과가 떨어져 전력 밀도가 낮아 실용적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딱딱한 물질을 이용하면 자유로운 형태로 이용하기도 어렵고 무겁다는 단점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유기물이 아닌 무기물 열전물질로 유연소자를 만들 수 없다는 기존 관념을 깨고, 유리섬유를 이용한 점이 이 연구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유연하고 가벼운 소자와 함께 에너지 변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단초가 유리 섬유 위에 무기물을 프린팅 하는 방식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당장 태그웨이가 집중하는 부분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다. 옷감의 안쪽과 바깥쪽의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부분에 집중해, 스마트워치 시계줄 같은 곳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태그웨이의 열전소자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워치가 나온다면 반나절 차고 반나절은 충전하는 시계라는 오명을 벗을 수도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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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지 주머니를 열전소자로 만들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기만 해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도 있다. 그동안 IT기기 제조사들이 무선 충전 기술에 골머리를 앓던 시대가 사라질 수도 있다.
나아가 웨어러블 디바이스 뿐만 아니라 자동차, 공장, 항공기, 선박 등 폐열이 발생하는 다양한 곳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열전소자의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