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과 HP 수장들이 대량 해고를 동반한 위기 경영 모드에서 각각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보상을 받아 업계의 눈총을 사고 있다. 급여 인상 배경에는 두 회사간 약간 차이가 있다.
최근 미국 지디넷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말 버지니아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는 성과급 360만달러를 챙겼고(☞링크) 멕 휘트먼 HP CEO 역시 지난해 기본급 인상을 통해 봉급 200만달러를 더 받았다(☞링크).
영국 지디넷 소속 프리랜서 잭 스코필드는 최근 IBM 사업 동향을 바탕으로 이 회사가 기업의 영속성과 발전이 아니라 단기 성과와 주주들의 입맛에 맞는 경영 방침을 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막대한 보너스를 챙긴 로메티 CEO의 행동이 기존 경영진들에 비해 긍정적으로 비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스코필드 기자는 IBM의 최근 분기 매출액은 마이크로소프트(MS)보다도 적은데 이는 IBM 관리직 임원들이 (MS CEO였던) 스티브 발머보다 무능했다는 뜻이라며 IBM이 올 연말 목표로 제시한 건 사업 성장이 아닌 주당수익 20달러인데, IBM이 주가부양을 목적으로 수많은 회계공학을 동원해 왔다는 것은 비밀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블룸버그의 알렉스 바링카 기자의 보도(☞링크)를 인용해 로메티 CEO의 기본급(연봉)은 160만달러 이상으로 6.7% 인상됐고 1년치 성과급(incentive)은 매월 30만달러씩 360만달러가 지급됐다며 IBM 임원들이 2013 회계연도 기간에 보너스 수령을 삼갔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게 얼마나 볼썽 사나운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IBM은 최근 공개한 2014 회계연도 4분기 실적으로 전년동기대비 11.9% 감소한 241억1천만달러 매출과 11.3% 하락한 54억8천만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 (☞관련기사) IBM은 이처럼 부진한 실적 발표를 전후해 흘러나왔던 10만명 감원설을 공식 부인하면서도 직원 1만명 가량을 내보내는 작업이 진행 중임을 인정했다. (☞관련기사)
IBM은 감원을 동반해 조직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업이 생존을 위해 체질을 개선하면서 기존 인력을 내보내는 건 불가피하다 치더라도, 명확한 실적 개선이나 경영 정상화의 결실을 맺기도 전에 CEO가 막대한 금전적 보상을 챙겨 받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판은 2일(현지시각) 두달 전 2014 회계연도 및 회계 4분기 실적을 공개한 HP도 향했다. HP는 몇년간 이어진 구조조정의 연장선에서 2014 회계연도에만 직원 1만5천500명을 내보냈다. 지난해 10월말 기준 HP의 직원 수는 31만7천500만명에서 30만2천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중 멕 휘트먼 HP CEO는 봉급을 11% 올려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HP의 구조조정은 이미 3년을 치러낸 '부진 탈출 5개년계획(five-year turnaround)'의 일환으로, 내부 운영 간소화를 위해 수만명의 일자리를 쳐내는 작업을 수반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내보냄으로써 HP의 살림살이가 과연 나아졌을까? 회사의 2014 회계연도 연매출은 전년대비 0.8% 줄었고 순이익은 2.0% 떨어졌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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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달리 나아진 것도 아닌데 휘트먼 CEO는 어떻게 전년도 1천760만달러를 받았던 기본급, 스톡옵션, 가욋돈을 포함한 봉급을 1천960만달러로 11% 높여 받게 됐을까. 이는 HP 이사회에서 그간 회사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휘트먼 CEO의 공로를 어느정도 인정하고 상대적으로 적게 받기 시작했던 기본급을 정상화한 결과다.
미국 지디넷의 잭 휘태커 기자에 따르면 휘트먼 CEO는 HP 수장을 맡은 2012년에 기본급 '1달러'로 일하기 시작했다. 물론 휘트먼 CEO는 이런저런 수당을 합쳐 그해 말 1천530만달러를 받긴 했다. 그런데 이사회는 2014 회계연도에 그에게 기본급 150만달러를 줌으로써, 업계 동급 임원 수준에 맞춰 대우하기로 했다. 총급여 인상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