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타이젠폰에 ‘갤럭시’가 빠진 이유

일반입력 :2015/01/27 15:42    수정: 2015/01/27 15:52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가 첫 타이젠 OS 기반 스마트폰을 공개했을 때,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갤럭시’라는 브랜드명이다. 삼성전자의 대표 모바일 브랜드는 어째서 타이젠과 함께 하지 못했을까? 이유는 바로 ‘브랜드 정체성’에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달 중순 처음으로 출시한 ‘삼성 Z1’은 갤럭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은 채로 출시됐다. 제품이나 관련 광고 등 어디에도 ‘갤럭시(Galaxy)’라는 글귀는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전략과 관련이 있다”며 “다양한 라인업이 존재하는 갤럭시 시리즈에 대한 고민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피처폰 시절 ‘애니콜(Anycall)’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전 세계에 애니콜 열풍을 일으키는 등 선전했다.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와서도 발 빠른 대응으로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통해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하지만 갤럭시 시리즈 제품이 다양화되면서 고민이 생겼다. 갤럭시S나 갤럭시노트 등 고성능의 고가형 제품부터 갤럭시코어맥스, 갤럭시J 등 저가형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갤럭시라는 브랜드가 너무 파편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고민을 한 끝에 윈도 기반 스마트폰과 태블릿에는 PC에서 사용하던 아티브(ATIV)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삼성전자는 갤럭시 브랜드를 안드로이드 전용 브랜드로 집중시키는 전략을 확립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성호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브랜드를 적용한 제품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며 “브랜드를 짧게 하는 것만으로도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고, 타이젠 기반 제품을 별도의 카테고리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에 ‘Z’라는 알파벳 한 가지만 사용한 것은 다양하고 복잡한 삼성 모바일 기기 라인업에서 타이젠과 갤럭시를 분리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판단했다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타이젠이라는 OS 자체로 하나의 브랜딩 작업이 완성된 만큼 갤럭시 브랜드에 주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고, 혹시 모를 실패 가능성을 고려하는 측면에서도 갤럭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물론 삼성전자가 타이젠을 스마트폰에 국한시키지 않고 스마트TV와 웨어러블 기기 등 사물인터넷(IoT) 전체 생태계를 겨냥한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부근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올 초 열린 CES2015에서 타이젠을 적용한 2015년형 스마트TV가 삼성이 이끌어갈 사물인터넷 시대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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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 출시 이후 후속작인 기어2와 기어S 등에는 갤럭시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갤럭시 기어 출시 당시 브랜드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행보 이후 기어S에 타이젠 OS를 적용하며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향한 첫 발을 뗐다.삼성전자의 다른 제품군들은 물론 경쟁사들도 점차 서브 브랜드를 없애거나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언급한 아티브 브랜드를 폐기했고, 하우젠 등 가전 분야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LG전자가 옵티머스 브랜드를 지난 2013년부터 사용하지 않고 그 뒤에 붙던 ‘G’라는 이름만 사용하고 있으며,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도 올해부터 그 동안 사용해 온 ‘어센드(Ascend)’라는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고 그 뒤에 붙던 ‘P’ 시리즈명만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