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블랙베리 인수설 끊이지 않는 이유

B2B 분야 공략하는 삼성, 매각처 찾는 블랙베리 이해관계 맞아

일반입력 :2015/01/15 11:09    수정: 2015/01/15 14:35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캐나다 스마트폰 업체 블랙베리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시장에 빠르게 확산됐지만 양사가 모두 공식 부인하면서 인수설은 사실무근으로 정리되어 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블랙베리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업계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해석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도 성장 정체에 대한 돌파구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삼성전자와 최근 대중적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차 입지가 좁아지면서 여러 업체들에게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블랙베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주류다.

15일 로이터통신은 정통한 소식통과 별도로 입수한 관련 문서를 토대로 삼성전자가 특허권 확보 차원에서 최대 75억달러(약 8조1천112억원)에 블랙베리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양사의 경영진이 이미 지난주 만나 인수 계약에 대해 논의했다며 삼성전자가 1차로 주당 13.35~15.49달러에 인수 금액을 제안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덧붙여 단숨에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블랙베리는 두 시간 만에 입장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와 어떤 형태의 인수 관련 협상도 하고 있지 않다며 공식 부인했다. 이어 삼성전자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인수설은 빠르게 진화됐다.삼성전자의 블랙베리 인수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2년 초와 2013년에도 블랙베리가 삼성전자 등에 인수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인수할 계획이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B2B 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 확보 차원에서 블랙베리를 인수하는 것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돌파구로 B2B 시장 공략을 제시하면서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나 인력 부문에서 블랙베리를 인수할 이유는 그다지 없다는 점에서 블랙베리가 가진 특허확보가 인수 가능성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앞서 구글도 특허확보를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던 전력이 있다.

블랙베리는 보안 서버와 네트워크 특허권에 강점을 갖고 있으며 특히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강점으로 기업용 스마트폰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0.5%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한때 '오바마폰'으로 명성을 날린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미 자체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를 상용화하고 미국 국방부(펜타곤)으로부터 보안 승인을 받는 등 독자기술로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인수를 위한 추진동력은 크게 사라진 상태다. 지난해 11월에는 블랙베리의 '엔터프라이즈 서비스12(BES12)'를 녹스와 함께 기업용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전략적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바일 시장에 이어 글로벌 주요 IT 업체들이 사물인터넷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특허 이슈도 점차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블랙베리의 사물인터넷 플랫폼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OS)인 QNX가 포함돼있다. QNX는 블랙베리의 자회사인 QNX소프트웨어시스템즈가 개발한 임베디드 OS로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잇달아 선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관련기사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B2B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솔루션을 포함해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적재산권 포트포리오를 많이 가지고 있는 블랙베리 인수에 대한 고민을 했을 가능성은 높다면서 보도를 통해 나온 M&A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어서 실익에 대한 고민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블랙베리는 초기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특허뿐 아니라 블랙베리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12라는 보안 플랫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B2B용 보안 플랫폼인 녹스(KNOX)와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면서 스마트폰이 더 이상 소비자용 시장에서 큰 차이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향후 B2B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