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독일에서 벌어진 삼성전자와 LG전자간 '세탁기 파손'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오전 11시께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3시경까지 진행된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삼성전자가 수사의뢰한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사장 및 관련 임직원들의 집무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또한 당초 세탁기 훼손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던 홍보팀이 상당 시간동안 조사를 받아 주목된다. 주로 당시 IFA 행사 지원에 참여한 홍보 임직원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의 휴대폰 기록 등을 조사하며 세탁기 파손과 관련해 오간 증거자료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홍보팀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과 관련 “4명의 임직원이 조사를 받았지만 범위가 크지는 않았다”며 “압수품도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보팀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이다. 직원들도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검찰은 이날 창원공장의 IFA 관련 부서와 홍보팀 등도 중점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홍보팀이 집중 압수수색을 받은 배경엔 그동안 소환조사 등을 통해 얻은 증언 기록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데 대외 창구 역할을 했던 홍보팀이 어떤 식으로든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진실공방으로 번진 이번 사건에서 홍보팀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증거 수집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LG전자는 이달 중순께 서울중앙지검에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위조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LG전자 측 고발장에서 삼성전자가 언론사에 제공한 동영상에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세탁기에 여러 차례 충격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LG전자 본사 압수수색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조성진 사장이 도주의 위험이 없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이고 비교적 경미한 사건인데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잡은 것 아니냐'는 등의 해석이 분분하다.
LG전자는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LG전자는 경쟁사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으로 인해 글로벌 기업인 당사가 압수수색을 받게 되어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대외 신인도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최근 독일 검찰의 불기소결정과 관련한 수사 자료를 이 사건을 수사중인 한국 검찰에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근 조성진 LG전자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까지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사장은 지난 9월 독일베를린의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삼성전자 블루 크리스탈 세탁기 도어의 힌지 부분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서도 세탁기 훼손 사건이 일어났지만 LG전자는 당시 훼손된 세탁기에 2대에 대해 4대의 세탁기 값을 물어주고 마무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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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CES 이후 조 사장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에도 변화가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입장변화는 없다”며 “아직까지 조사 일정과 관련해 별도로 내려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 사장의 CES 참석은 불투명하다. 조 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다음달 10일까지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