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9월 독일 가전박람회(IFA) 기간 중 발생한 ‘삼성 세탁기 파손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26일 오전 11시께 LG전자 트윈타워를 압수수색하기 시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관련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범위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당초 단순 재물 손괴로 보였으나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국면이다. 특히 단순한 사건에 대해 왜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나섰는 지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가 조성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사장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일단 압수수색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검찰이 손괴 혐의에 대해 상당한 무게를 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혐의가 없다면 구태여 압수수색까지 나섰겠냐는 분석인 것이다.
그런데 혐의를 받고 있는 손괴 장소가 독일이었고 국내에 이와 관련된 물증이 남을 까닭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이유가 무엇인지 더 주목된다.
검찰 쪽에 밝은 인사는 이와 관련 손괴 사건을 해명하기 위해 LG 내부에서 진술 짜맞추기를 한 정황 증거를 찾아내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관련 부서 간에 대외 발표를 위해 논의한 커뮤니케이션 자료를 압수하면 정황을 잡아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사업부 수장이 직접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다. 물증이 나온다면 LG로서는 이중으로 치명타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내 사업부 최고 수장이 제품과 기술로 정당한 승부를 하는 게 아니라 경쟁사 제품을 몰래 고장내려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거짓으로 해명하려 했다는 비판까지 받아야 하는 것이다. 자칫 하면 사업부 수장을 잃어 사업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고, 회사 전체 또한 도덕적으로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손괴 행위가 사실 무근이라면 오히려 이를 주장한 삼성 쪽이 무고죄를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실제로 LG전자 측은 이와 관련해 검찰에 맞고소를 해놓은 상태다.이번 사건은 독일 베를린 소재 자툰 스티글리츠 매장에 전시된 삼성전자 세탁기를 LG 측 관계자가 고의로 훼손했다며 삼성전자가 고발을 하면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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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장소인 유로파센터 매장 관련 사건은 담당 임원들과 직원이 이달 초 소환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핵심 피의자인 조 사장은 사건 발생 이후 100여일이 지났음에도 두 차례의 검찰 소환 조사를 미뤄오다 최근 출국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한편 LG 측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삼성전자 임직원을 증거 위조와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두 회사 사이의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