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한국 지도정보 반출 다시 시도?

일반입력 :2014/12/26 10:26    수정: 2015/01/02 11:06

올초 관련법 개정으로 국내 지리정보 반출 요건이 완화됐지만 지난해까지 반출을 시도했던 구글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지리 정보를 가져다 구글맵스 서비스에 투입할 수 있는 문턱이 크게 낮아졌는데도, 표면적으로는 조용한 모습이다.

그동안 구글처럼 국외에 서버를 둔 온라인 지도서비스 업체는 한국 지도를 표시하기 위해 필요한 국내 지리 정보를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도보, 자동차 길찾기 기능과 고해상도 항공사진 이미지 등이 빠진 '반쪽' 서비스가 제공됐다.

구글이 온전한 한국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전자지도를 외국으로 가져가는 대신 한국에 서비스 운영을 위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국가정보원과 같은 정부 보안기관의 정기 점검을 받아 '국익과 안보에 반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인정되면 가능했다.

즉 구글이 보안기관의 정기 시설 점검을 받아들이고, 한국에 물리적인 서비스 인프라 및 정기 점검 대응체계, 이를 위한 담당인력을 갖추면 온전한 온라인 지도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처럼 국내서 지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따르는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구글은 국내에 인프라와 인력을 두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한국 정부 승인을 받으려는 행보를 보여왔다.

구글은 지난 2010년 실사지도 서비스에 쓸 수 있는 항공사진 반출을 신청했지만, 당시 그 권한을 갖고 있던 국토해양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항공사진 반출에 대한 정부 승인은 주로 연구 목적으로 일부 지역 정보를 요청할 경우 이뤄졌다. 구글은 전국 지도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요청했다.

구글은 지난해 4월 대형 법률사무소 '김앤장' 측에 법률자문 등을 의뢰했다. 국외 지도 반출을 위해 그해 말까지 담당 중앙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 게 주요 목표였다. 이후 구글이 정부 관련 부서와 적극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은 간간이 들렸지만, 김앤장에 의뢰한데 따른 성과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기사)

온라인 지도서비스를 위해 갖춘 시설에 대해 정부 보안기관으로부터 정기 점검을 받게 하거나 구글처럼 국내 인프라를 갖추지 않는 회사가 지도 국외 반출을 하고 싶을때, 관계부처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안보 위협을 고려한 정부 입장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실사 지형을 온라인 서비스할 때 쓰는 '항공사진'이나, 주요 행정구역 및 건물과 도로 위치와 거리를 나타내는 '수치지형도' 등 전자지도의 반출을 제한한다. 국익과 안보라는 명분,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링크)'과 '국가공간정보 보안관리규정(☞링크)'이란 제도를 근거로 삼는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1월 외국 업체의 지속적인 반출 요구와 독도, 동해 등 올바른 지명표기 등을 위해 2013년 12월 국외 반출용 지도 제작을 마쳤고 이번 법령 개정으로 그 국외 반출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링크)

국토지리정보원 발표 내용은 구글같은 업체가 중앙부처 장관 승인 없이도 국외 반출을 할 수 있는 지도를 만들었다는 얘기로 요약된다. 무조건 되는 건 아니다. 이 지도를 국외 반출해 쓰는 사업자는 해당 설비에 대한 정부기관의 점검을 받겠다는 협약을 맺어야 한다. 사실상 국내 인프라를 둔 한국 사업자들과 똑같이 하라고 한 것이다. 어쨌든 정부로선 국외 지도반출을 위해 필요했던 중앙부처 승인 절차를 간소화한 셈이다.

다만 구글이 개정된 관련 법에 따라 정부와 협약을 맺고 국내 지도서비스 개선에 나설 것이란 보장은 없다. 국토지리정보원의 국외 반출용 전자지도가 갓 나왔을 때 구글은 본사 엔지니어를 동원해 기술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24일 국토지리정보원 지리정보과 류원일 주무관은 2014년 1월 18일 관련법(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이 완료됨에 따라 영문판 전자지도 공급을 시작한다고 알리면서 각 사업자들에게 활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샘플 지도'를 제공했는데, 현재까지 구글 측으로부터 이를 실제 서비스에 사용케 해달라는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구글이 다소 유연해진 정부 규제를 활용해 구글맵스의 한국 서비스 강화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구글 입장에선 공개된 국외 반출용 지도 정보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해당 지도는 항공사진을 포함하지 않은데다 축척은 2만5천분의 1 수준이라, 축척이 1천분의 1 수준인 국내업체 지도만큼 정밀하지 못하다.

상황은 바뀔 수도 있다. 1년전 지디넷코리아가 보도(☞관련기사)를 통해 예고한대로 최근 국토부가 원칙적으로 국외 반출을 금지해 온 항공사진이나 수치지형도를 관련법 시행령에 근거한 '협의체'의 결정에 따라 반출할 수도 있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지난 4일 발효된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일정 지리정보의 국외 반출 여부 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미래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자부, 산업부, 국정원 등의 담당자로 구성한 협의체를 소집해 반출 여부를 결정케 할 수 있다. (☞링크)

국토지리정보원 측에 협의체가 구성됐는지, 실제로 지리정보 국외 반출 여부를 결정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 온 상태인지, 이를 위해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담당 주무관은 협의체는 구성돼 있지만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초 좀더 명확한 답변이 가능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