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서문제"…길찾기앱, LA교통난 주범?

지름길 안내 때문에 한적한 길도 '교통지옥' 탈바꿈

일반입력 :2014/12/15 17:27    수정: 2014/12/15 18:4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한적했던 LA 인근의 도로가 어느 날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교통 혼잡의 원인은 '지름길'을 안내해주는 똑똑한 길찾기 앱.

교통난에 화가 난 주민들은 길찾기 앱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일부 주민들은 “교통사고 허위 신고를 해서라도 교통난을 해소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두 달 뒤에도 여전히 교통난은 계속되고 있다.

AP통신은 14일(현지 시각) 인기 스마트폰 길찾기 앱인 웨이즈(Waze) 때문에 한적했던 길들이 교통 혼잡에 시달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산타모니카 마운틴스 인근에 살고 있는 파울라 해밀턴이란 사람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통 상황이 견디기 힘들 정도다. 이젠 개를 데리고 산책도 할 수 없을 정도다고 분개했다.

■ 허위 신고 해야하는 것 아니냐 분개

보도에 따르면 해밀턴이 살고 있는 셔먼 오크 지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다. 교통이 혼잡했던 샌 페르난도 밸리에서 떨어진 곳이었기 때문.

하지만 똑똑한 웨이즈 앱이 지름길로 안내해주면서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이젠 LA 중심가 못지 않은 교통 혼잡 때문에 주민들의 짜증 지수가 올라가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런 상황은 산타모니타 산 반대 쪽에 있는 브렌트우드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역시 갑작스럽게 교통 혼잡 상황이 펼쳐지면서 허위 신고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불평들이 쏟아지고 있다.

LA교통국도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역시 AP통신에 따르면 LA교통국은 “속도를 줄이도록 하기 위해 범프를 만들거나, 아니면 사거리에 우선정지신호를 설치해서 상황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조치를 ‘도로 다이어트’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LA교통국 역시 똑똑한 스마트폰 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단 거리를 추천해줄 때 셔먼 오크 같은 한적한 길이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교통량 절대량 많기 때문 반론도

이런 주장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LA 거주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교통 앱이 아니라 교통 자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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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에 따르면 LA 카운티에는 등록된 차량만 760만대에 달한다. 카운티 내에 등록된 차량만 웬만한 주 전체 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똑똑한 앱이 아니더라도 교통난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런 설명도 최근 몇 달 사이에 갑작스럽게 교통이 혼잡해진 지역 주민들에겐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다. 실제로 똑똑한 길 찾기 앱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던 도로가 갑자기 ‘추천 경로’로 떠오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