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Tizen)'을 적용한 스마트폰 출시가 또 불발됐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1월 인텔 등 12개사와 타이젠 연합을 결성한 후 타이젠폰 출시를 준비해왔지만 생태계 미비 등을 이유로 시기를 계속 미뤄왔다.
개발 초기 삼성전자의 탈(脫) 안드로이드 전략 카드로 주목받았던 타이젠은 최근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IoT) 생태계 선점을 위한 교두보로써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타이젠폰 출시에는 신중을 기하는 가운데, 타이젠 기반 웨어러블 기기와 TV 출시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당초 이달 10일 인도에서 간담회를 열고 첫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 Z1'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무산됐다. 삼성 Z1은 100달러 미만의 초저가로 세계 3위 스마트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공략을 위한 선봉에 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며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앞서 지난 9월 타룬 말릭 삼성전자 서남아시아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이사가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와 인터뷰에서 11월 인도에서 첫 타이젠 OS 기반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어 가능성이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타이젠폰 출시설이 나온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타이젠 연합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프랑스 오렌지텔레콤과 일본의 NTT도코모를 통해 타이젠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출시가 불발됐다.올해 초에는 NTT도코모가 타이젠폰을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NTT도코모는 현재 시점에서 일본 시장이 세 가지 스마트폰 OS를 감당할 만큼 크지 않다며 출시를 연기했다. 이후 지난 7월에는 타이젠폰 시제품 '삼성Z' 공개와 함께 올해 3분기 이를 러시아에 출시할 것이라는 계획이 나왔지만 타이젠 생태계 미비를 이유로 다시 무산됐다.
타이젠폰 출시가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모바일 분야에서 타이젠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NTT도코모와 화웨이를 비롯해 오렌지텔레콤, 파나소닉, NEC, 텔레포니카 등 유력 통신사와 제조사들이 타이젠연합에서 탈퇴하거나 출시 계획을 무기한 보류한 상태다.
타이젠연합 회원사 중 하나인 중국 화웨이의 리처드 유 회장은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생태계 조성 문제를 들어 삼성 타이젠이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타이젠폰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스마트폰 OS로 개발됐던 타이젠이 오히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과 사물인터넷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모바일 OS 시장을 사실상 애플과 구글이 iOS와 안드로이드로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차세대 사물인터넷 생태계 선점에 보다 힘을 실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타이젠 TV를 선보인다고 예고한 상태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 CES에서 타이젠TV를 공개한다고 확인하기도 했다.
웨어러블 분야에서는 이미 상용 제품이 나온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워치 '기어2'와 '기어2 네오'를 먼저 선보였으며 이후 출시된 '삼성 기어S'와 'NX 300'에도 타이젠 OS가 쓰였다. 스마트폰 OS 시장을 iOS와 안드로이드가 양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타이젠 OS가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공고한 모바일 플랫폼 양강체제를 무너뜨리는 것은 어렵지만 새로운 카테고리인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아직 해볼만 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모바일 OS 개발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시장 공략도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가전 시장에서 가진 경쟁력을 토대로 타이젠을 중심으로 각종 기기간의 통합의 꾀한다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경쟁사들의 전략도 만만치 않다.
구글은 이미 웨어러블 전용 OS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선보였고 애플도 내년 초 '애플 워치' 출시를 기점으로 사물인터넷 플랫폼 경쟁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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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7월 앨런앤컴퍼니컨퍼런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가 타이젠 기반 스마트워치를 중심으로 독자노선을 강화하는 것에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을 비롯해 유수의 글로벌 IT 업체들이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눈독을 드리고 있고 특히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를 사물인터넷까지 확장하려는 시도 중이라면서 모바일 OS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이들과의 경쟁에 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