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출혈 경쟁으로 생태계 '흔들'

결합상품 과열경쟁, '방송=공짜' 인식확산

케이블TV, IPTV 등 국내 유료방송 업계가 묻지마식 저가 출형상품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에는 업체간 출혈경쟁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료방송=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업계 전체에 큰 치명타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24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들이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선보이면서 IPTV 상품군을 1만원 미만의 초처가에 쏟아낸데 이어, 최근에는 이에 맞서 케이블TV 업체들도 저가경쟁에 나서면서 저가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결합상품은 최초 인터넷과 TV, 전화 등을 묶어 할인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혜택을 확대하고, 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이같은 취지로 도입된 결합상품이 업체간 출혈경쟁을 촉발하고, 자칫 유료방송 전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통3사와 케이블 업계의 유선 결합상품 요금을 조사한 결과, 인터넷-TV 2종 결합상품의 요금 구조는 비슷했다. 이통사가 각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3년 약정의 인터넷∙TV 결합 요금을 보면, SK브로드밴드가 3만1천790원, KT가 3만1천900원, LG유플러스가 3만3천440원이었다. 또한 케이블업계도 인터넷과 TV, 집전화까지 포함해 3만원 대 초반을 기록했다.

그러나 여기에 모바일을 결합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통사들이 자사 이통가입자 확보를 위해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을 초 저가나 심지어 공짜로 제공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서, 케이블TV 업계도 결합상품 가입 시 현금 보조금이나 상품권 등을 지급하면서 출혈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더 큰 문제는 이같은 출혈경쟁이 유료방송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물론 방송시장 전체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유료방송 사용료를 내면 그 요금이 PP에게 분배되고 이것이 프로그램 제작에 쓰이는데, 저가출혈 경쟁이 계속되면서 유료방송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 경쟁으로 저가출혈 경쟁이 계속되는 반면에,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지상파 재전송료 등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유료방송의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떨어지고 있지만, 이통사들이 유료방송을 초저가에 공급하면서 케이블업계가 큰 타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중소케이블TV업체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케이블TV협회측은 “결합상품 출혈경쟁 방지를 위해 정부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며 “결합 할인 요금 상한 설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과다 보조금 경쟁은 방송시장 생태계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할 우려가 있어 결합상품 보조금 위반행위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