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인 시스코와 IBM이 연달아 공짜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다. 라이선스와 유지보수 비용을 주축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주특기인 이들이 일명 프리미엄(Freemium) 전략이라는 공짜 전쟁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해진다.
시스코와 IBM은 각각 무료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 스퀘어드(project Squared)'와 '버스(Verse)'를 공개했다. 두 애플리케이션 모두 협업 관련 기능이 중심이다.
시스코 프로젝트 스퀘어드는 기업용 메신저로 미팅룸을 만들고 이메일 주소로 미팅 참여자를 초대할 수 있다. 미팅룸 안에서는 텍스트 메시지로 의견을 주고 받고 영상회의도 할 수 있다. 또 기업용 스토리지 서비스 박스와 연동돼 다양한 형태의 파일을 공유하고 바로 열어볼 수 있다.
기업용으로 만든 만큼 보안도 신경 썼다. 시스코 클라우드에서 미팅 참여자들 기기로 동일한 암호화 키를 전송해 메시지를 보내는 기기 단에서부터 메시지가 암호화되게 했다. 해당 메시지는 같은 암호를 받은 미팅 참가자들만 확인할 수 있다.
프로젝트 스퀘어는 현재 안드로이드, iOS 기기에서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해 볼 수 있다.
시스코가 일반 개인 사용자들을 위한 앱을 무료로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주 '시스코 콜라보레이션 서밋2014'에서 시스코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프로젝트 스퀘어드가 무료이고 현재 별다른 수익모델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후 비즈니스 사용자에 특화된 유료 기능을 추가할 가능성도 있다. 시스코 관계자는 무료 앱이지만 인앱 결제 기능이 들어간 것처럼 추후 스퀘어드에도 유료 기능이 추가될 수도 있고, 특정 기업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하면서 유료로 제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IBM의 새 애플리케이션 버스는 왓슨 인공 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협업 및 분석 기능을 갖춘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다.
IBM에 따르면 버스는 소셜 미디어, 파일 공유 기능을 갖췄고 개인 비서 기능을 통해 사용자 행동 분석 및 동료들과의 커뮤케이션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이메일 콘텐츠를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용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메일 기반으로 다양한 동료들과의 관계도 파악할 수 있다.
IBM은 11월 25일 클로즈 베타 버전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2015년 1월부터 정식 출시된다. 웹기반 서비스 및 스마트폰, 태블릿용 앱으로도 제공된다.
IBM은 처음부터 버스를 무료와 유료 버전으로 나눴다. 무료 버전에선 메일 박스 크기와 파일 공유 용량이 제한된다. 유료 버전은 추가 기능들이 제공될 예정이다.
시스코나 IBM 모두 처음엔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 유료 기능을 추가하는 전형적인 프리미엄(freemium)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단지 유료 앱으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부가 수익만을 노린 행보는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보자. AWS 마켓플레이스에는 수 많은 무료 트라이얼 제품이 나와있다. 이 기능이 괜찮은지 않은지 한번 맛보고 괜찮으면 사용한 시간만큼 지불하는 것이 AWS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용 시간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 공짜 체험 경험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선택 요인이다.
하지만 IBM이나 시스코는 굳이 이런 공짜 맛보기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대형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벤더들에게 프리미엄 모델은 돈을 벌어들이는데 필수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 지디넷 래리 디그넌 편집장은 “대형 벤더들 중 대부분은 고객 손실의 위험이 없다. 예를 들어 IBM기존 고객들은 버스로 이메일 서비스를 옮기기 쉽다. 물론 이들이 다른 이메일 서비스를 고려할 수도 있지만 이메일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보장할 만큼 전략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시스코나 IBM이 무료전략을 들고나온 진짜 이유는 뭘까? 래리 디그넌 편집장은 지금보다 먼 미래를 본 전략적 행동이라고 결론 내렸다.
무료 모델은 더 많은 개발자들과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획득할 수 있고 벤더들은 이를 반영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래리 디그넌은 대다수 벤더가 오랫동안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신경 쓰지 않아 왔다며 무료 모델은 더 많이 다운로드 될 수 있고, 이들 벤더에게 그들이 소셜, 모바일, 분석 클라우드로 잘 전환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세대인 밀레니얼(1982년~2000년 사이 태어난 세대)들은 실제 IBM이나 시스코 같은 전통적인 IT 기업들이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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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디그넌 편집장은 친숙한 무료 앱을 만들면 “아이들이 성장해서 엔터프라이즈 기술 구매자들이 됐을 때, IBM이나 시스코에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엔터프라이즈 거대 기업들이 무료 모델을 선보이는 이유는 당장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