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유료방송 분쟁에 재정제도 도입

방통위 전체회의서 결정 - 당초 원안에서는 후퇴

일반입력 :2014/11/18 19:07    수정: 2014/11/19 07:57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간 재송신 분쟁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하지만 사무국이 제시한 방송법 개정안 원안에서 한발 후퇴하면서 재정제도의 대상 범위가 대폭 축소됐고, 지상파 편향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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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부가 재송신 분쟁 해소를 위해 재정제도를 도입했지만, 지상파는 여전히 높은 콘텐츠 비용에 월드컵,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등 중요 스포츠 중계권에 대해 추가로 비용분담을 요구하고 있고, 유료방송업계는 이미 가입자당 280원의 재송신료를 내고 있는 만큼 추가 지불은 안 된다고 맞서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18일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직권조정제도 도입 ▲재정제도 도입 ▲방송유지 및 재개명령권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 재정, 직권조정제도 도입2기 의결사항에서는 한발 후퇴

이날 방통위 결정으로 지상파-유료방송사간 분쟁으로 인한 방송중단 사태는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게 됐다. 우선, 방송중단 등 시청자 이익 침해 우려되는 경우, 당사자 신청 없어도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직권조정제도가 도입된다. 또 방송중단이 임박한 경우 방통위가 방송사업자에 한시적으로 유지 및 재개를 명할 수 있는 방송유지 재개명령권이 신설됐다.

상임위원 간 의견이 엇갈린 재정제도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조사나 심문 등 준사법적 절차를 거쳐 합리적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소송을 대신해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 환경법에 따른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건축법에 따른 건축분쟁전문위원회 외에 전기통신사업법과 전기사업법에서도 재정제도를 따르고 있다.

다만 이날 통과된 재정제도는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기주 상임위원은 “사무처가 설명한 것처럼 입법예고안과 오늘 안건으로 오른 수정안은 큰 변화가 있다”며 “변화는 지상파 사업자 의견 수렴을 끊임없이 해왔고 논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2012년 재송신료 협상으로 국민 시청권이 4차례나 위협받는 블랙아웃을 겪은 뒤, 2기 방통위가 마련한 방송분쟁해결제도에서 주요 내용이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허원제 부위원장의 전면적인 반대에 부딪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재홍, 고삼석 등 야권 추천 상임위원들은 국민관심행사라는 없던 조건을 만들 경우 재정제도 도입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성준 위원장은 우선 이 부분만이라도 받아들인 뒤 추가 논의를 하자고 이기주 위원에 제안한 뒤 의결했다.

■ 월드컵, 올림픽은 돈 내고 보세요?

문제는 논쟁의 중심에 있던 재정제도부터 직권조정, 방송유지 및 재개명령권까지 모두 대상을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민관심행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소한의 국민 시청권 보장에 필요한 사례를 꼽은 것”이라며 “재정제도가 국민적인 공감을 얻으면 (대상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방송사들은 해외에서 중계권 계약을 맺은 중요 스포츠 중계에 대해 유료방송사들에 별도로 비용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료방송업계는 이미 채널당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만큼 지상파방송사들의 주장을 받아 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해 지상파들은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등을 앞두고 별도의 추가비용 분담을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민 여론 눈치와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블랙아웃이라는 방송 전송 중단까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시청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 일부 상임위원 회의중 퇴장, 합의제 기구 무색

이날 방통위 회의는 상임위원들이 충돌하며 큰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허원제 부위원장은 재정제도 도입에 전면적인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가 언론에 대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허 부위원장은 “재정제도는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을 내포하고 있다”며 “시청권 확보가 안 된다고 개정안 만든 이유는 이해되지만 과잉입법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방송사에 프로그램 송출 유지를 강제하는 것은 영업 침해 요소를 갖고 있다”면서 “(최성준 위원장이 제시한 절반 이상의 전문가가 재정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내용의) 전문가 조사는 어떠한 측면에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성준 위원장은 이에 “방송에 관여해서 안 된다고 하지만 방통위 설치법에 따라 행정 감독을 받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법에 의해 보장을 받고 있는 기구”라며 “재정을 하더라도 합의를 권고하고 재정제도가 싫으면 60일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 효력을 상실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방송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기주 상임위원 역시 “사업자 간 경쟁이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자율적인 협상이 안되고 방통위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게 재정제도”라며 “정부가 권력으로 통제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협상을 최대한 유도할 수 있는 절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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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위원이 합의점을 찾자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허원제 부위원장은 돌연 회의장을 퇴장했다. 방송사 자유가 침해되는 사안 결정에 함께 자리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대 의견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의견을 피력해 전체 결정에 반영시켰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임제 기구와 달리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인 만큼 토론이 더 중시됐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