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업계가 ‘재송신료’를 놓고 한 바탕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S‧MBC‧SBS 등 지상파3사는 12월말로 지상파 재송신 협상이 만료되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와 CMB를 대상으로 재송신 협상을 위한 공문을 발송하고, 본격적인 줄다리기에 돌입했다. 이 중 티브로드가 먼저 지상파방송사와 협상에 돌입한 전망이다.
그러나 올해 재송신료 협상도 과거 어느해보다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지상파 3사가 현재 280원인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올림픽‧월드컵 등의 중계료까지 포함해 42%나 인상된 400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케이블업계는 우리나라 가구 90% 이상이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방송을 보는 상황에서 정확한 대가 산출의 근거도 없이 매년 일방적으로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 3사는 “재송신을 통해 매년 수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유료 방송사들이 올 상반기에만 1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지상파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케이블업계는 “지상파3사의 재송신료 수익이 2011년 389억원, 2012년 601억원, 지난해 1천255억원으로 크게 늘고 있으며 경기 침체와 시청률 부진으로 인한 광고 수입 감소, 과도한 월드컵 중계권료 지불 등으로 발생한 적자를 대다수 국민에 전가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지상파와 케이블업계간 재송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완전히 다른데다, 인상금액 수준도 너무가 거리감이 있어 현재로써는 지상파와 케이블업계가 협상을 통해 원만하게 재송신 협상을 마무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같은 방송사간 분쟁을 막고 시청자 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직권조정, 제정제도, 방송유지 및 재개명령권’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법 개정 이전부터 지상파가 크게 반발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 향후 법 개정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지상파3사는 “방송 산업 질서를 무시하고 규제기관이 개입하려 한다. 이는 방송사의 영업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시장의 자율조정 원리라는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일이고 월권행위”라며 “유료방송 편들기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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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을의 입장인 케이블업계는 “막강한 언론기관인 지상파3사와의 계약이나 협상에서 힘의 균형에 바탕을 둔 정상적인 시장의 조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재송신 분쟁으로 인한 방송 중단 등 시청권 침해를 막고 사업자 간의 공정경쟁 여건 조성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연내 방송법 개정안을 만든다고 해도 발효 시점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에 지상파와 케이블업계의 협상이 불발된다면 또 블랙아웃과 같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며 “매번 발생하는 이 같은 재송신 분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상시적인 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