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우스 탄생일…"땡큐 엥겔바트"

1970년 11월17일 특허 취득…컴퓨터 UI 혁명 불씨

데스크 칼럼입력 :2014/11/17 11:29    수정: 2014/11/21 15: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970년 11월17일. 미국 특허청은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위한 X-Y 위치지시계'란 긴 이름의 특허 문건을 공개합니다. 발명자는 더글러스 엥겔바트. 특허권자는 스탠퍼드대학연구소(SRI)로 돼 있었습니다.

이 특허권은 공개 당시만 해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평범한 발명품 중 하나로 받아들여졌지요. 발명자인 더글러스 엥겔바트나 특허권자인 SRI는 이 특허권으로 로열티 수입을 전혀 올리지 못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특허권은 훗날 컴퓨터 인터페이스 역사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위한 X-Y 위치지시계'란 긴 이름이 당소 생소하신가요? 이렇게 긴 이름으로 묘사한 기기가 바로 마우스입니다. ■ 인터페이스 연구하다가 마우스 개발로 이어져

마우스 발명자로 이름을 올린 더글러스 엥겔바트는 사실 다른 것으로 더 유명한 인물입니다. 초기 컴퓨터와 하이퍼텍스트 역사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한 위대한 학자입니다.

엥겔바트가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였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선물은 비트맵 화면을 비롯해 마우스, 하이퍼텍스트, 협업 툴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60년대에 이미 ‘협업’에 대해 고민한 선구적인 인물이었지요.

그런데 이런 업적들은 바로 '인터페이스'란 말로 연결됩니다. 실제로 이 모든 작품들은 엥겔바트가 동료들과 인터페이스를 연구하다가 만들어낸 것들입니다. 엥겔바트가 그래픽 이용자 인터페이스(GUI)의 선구자로 꼽히는 것도 이런 작업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약과에 불과합니다. 엥겔바트가 남긴 진짜 큰 업적은 따로 있습니다. SRI에 설립했던 증강연구센터(ARC)입니다. 미국 국방고등과학연구소(DARPA)의 지원을 받은 ARC는 나중에 알파넷(ARPANET)의 토대가 됩니다. 잘 아는 것처럼 알파넷은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효시로 꼽히는 중요한 발명품이지요.

현대 인터넷 역사에서 엥겔바트를 빼놓을 수 없는 건 이런 업적 때문입니다. 이런 업적을 기준으로 보면 ‘마우스’는 정말 자그마한 생쥐 같은 존재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마우스가 컴퓨터 역사에 끼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터치 기반의 ’포스트PC시대’가 완전히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여전히 마우스가 컴퓨터 작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친절한 도구 역할을 해 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마우스 발명자인 엥겔바트는 엄청난 부자가 됐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마우스 특허권을 이용해 돈을 버는 덴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긴 당시엔 지금처럼 컴퓨터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하겠지요. 엥겔바트가 마우스로 번 돈은 매킨토시를 개발하고 있던 애플에 4만 달러 로열티를 받은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수많은 발명품을 남긴 엥겔바트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겐 이젠 '마우스의 아버지'로 통합니다. 하지만 정작 엥겔바트 자신은 마우스란 명칭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이 특허문서에 적었던 '디스플레이 시스템을 위한 X-Y 위치지시계'란 공식 명칭을 더 즐겨 사용했다고 합니다.

지난 해 7월 엥겔바트가 작고한 뒤 그의 딸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 생각합니다. 당시 그는 마우스란 이름을 붙인 건 동료 엔지니어였다. 마우스는 단지 그들이 애칭으로 부르던 말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 1960년대에 '협업'을 고민했던 뛰어난 천재 엥겔바트

더글러스 엥겔바트. 그는 진정한 혁신가였습니다. 1960년대부터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하고, 모든 정보를 함께 나누는 멋진 세상을 꿈꿨던 비전가이자 이상가였습니다.

그가 가진 이상에 비해 마우스는 존재감이 미약해 보일 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엥겔바트가 꾼 멋진 꿈 덕분에 우리가 컴퓨터를 좀 더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2000년 엥겔바트에게 '국가기술메달'을 수여했습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엥겔바트가 ”진공관 디스플레이와 마우스, 하이퍼텍스트 링크, 텍스트 편집, 온라인 잡지, 원격 협업을 포함한 개인 컴퓨팅의 토대를 닦은 공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1960년대에 21세기의 기초를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지요?

관련기사

오늘은 바로 엥겔바트가 마우스 특허권을 취득한 날입니다. 엥겔바트가 처음 공개한 1968년 12월9일이 마우스의 생물학적 생일이라면 오늘은 법적인 생일인 셈입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만은 마우스로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엥겔바트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가 남긴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하고, 모든 정보를 함께 나누는 세상’이란 멋진 꿈도 함께 떠올려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일 테니까요.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