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논란 "국회가 방송-통신 다 망친다"

호통치고 강요하며 '지상파 편들기' 쇼

일반입력 :2014/11/11 19:50    수정: 2014/11/12 10:05

“재난망에 가장 먼저 부여하고 공공 서비스인 지상파 품질을 위해 우선 배정하자. 통신도 공공 성격이 있지만 방송같은 보편적 서비스는 아니다. 미방위 위원들은 정부가 공공용으로 결정하는게 옳다고 본다.”

700MHz 주파수 대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1일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는 한마디로 '지상파 몰아주기용' 청문회로 변질됐다. 주파수 관할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담당 국장은 국회 의원들의 회유와 압박에 죄인처럼 시달려야 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겉으로는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방송, 통신, 재난망 모두 상생하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700MHz를 지상파 UHD 용도로 몰아줘야 한다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실제 정치권이 요구하는 대로 700MHz 유휴대역에서 지상파 UHD 전국방송을 위한 주파수를 할당하고, 여기에 인접국가와의 주파수 혼신 해소, 재난망 20MHz폭 배치를 하고나면 아주 제한된 범위의 보호대역 정도 밖에 남지 않는다. 즉, 국회의원들 스스로 이미 '700MHz를 지상파에 줘라'는 결론을 정한 뒤 이를 전문가들과 정부부처에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700MHz 대역 용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조규조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과 정종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장,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 홍인기 경희대 교수에 청문회식 질의를 이어갔다. ■ 정부, UHD 필요성-모바일 트래픽 종합검토 후 결정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700MHz 대역중에 20MHz는 재난망으로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대역은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과거 40MHz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키로 한 기존 광개토플랜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정부측 참석자들은 “재난망에 700MHz 대역 20MHz 폭 공급은 국제적인 동향과 통신 품질제고, 경제적 망구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상파 UHD 주파수 분배는 중앙과 지방 어디서나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 아래 방송 정책과 연계해 통신용 주파수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이미 결정된 이동통신 대역 재검토를 포함해 이해관계자 의견수렴과 국회 논의를 통해 방송과 통신이 상생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이동통신 용도로 배정한 주파수도 원점으로 되돌려 전체적인 관점에서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재난망 주파수에 대해선 아태지역 주파수 분배 기준에 따라 할당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20MHz 폭을 상향 718~728MHz에, 하향 773~783MHz에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지상파 사업자들이 제안한 미국식 재난망 주파수 분배표에 따라 758~768MHz(상향), 788~798MHz 대역을 이용하자는 주장에는 반대했다. 일본 이동통신 기지국과 혼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양국간 대한해협 만큼의 거리가 있더라도 실제 주파수 간섭 사례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토론없이 '지상파 밀어주기' 공청회

정부 측 입장과 방송과 통신 입장을 대변한 학계 전문가의 발표 이후 여야 미방위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국회의원들의 일방적인 질문과 주장만 난무한 공청회로 전락했다.

홍문종 미방위원장은 “국회법 64조 4항 규정에 따라 위원들만 질의할 수 있고, 진술인들 간의 토론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아예 못을 박았다. 이미 여야 의원들이 공청회 답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더 이상 발전적인 논의가 나올 수 없다는 전제가 확인된 순간이다

여야 의원들은 ▲700MHz 이외에 이동통신 주파수 이용 가능 여부 ▲전국방송 UHD를 위한 대책 ▲정부안에 따른 재난망 위치 변경 가능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히 조규조 미래부 전파정책국장에는 700MHz 주파수 이외에 이동통신 용도로 사용할 수 주파수 자원이 없냐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조 국장은 “이동통신 3사의 수요를 고려하면 700MHz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이날 미방위 의원들은 매번 똑같은 질문을 반목하며, 청문회처럼 예 또는 아니오라는 답변만 강요했다.

이에 조 국장이 “방통위와 미래부가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답하면, 의원들은 “검토하겠다는 것은 안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 이동통신 느려지고 방송 표준 뒤처질 수도

진술인으로 참여한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700MHz가 아닌 다른 대역에서 이통사와 지상파 모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도 “국제 표준도 없는 상황에 지상파가 UHD 방송을 시작하면 오히려 가장 뒤처진 기술로 역행할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700MHz 대역에서 UHD 방송을 하겠다는 나라가 하나도 없는데 우리나라가 한다고 표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다른 나라들이 다른 방식으로 UHD 방송 서비스를 실시할 경우, 국제적으로 고립된 방송 서비스로 오히려 산업이 후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홍 교수는 또 “할당 즉시 상용화가 가능한 주파수는 1.8GHz, 2.6GHz 외에 700MHz가 유일해 이동통신 용도로 공급이 필요하다”며 “주파수 할당은 국가간 글로벌 조화가 중요한데, 자칫 국내 자동차가 외국 도로에서 달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도 있다”고 강조했다.

독자적인 주파수 할당 정책은 단말기와 장비 가격이 오르게 되고 활용도가 낮은 주파수로 전락해 오히려 방송과 통신 모두 해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의원들은 이같은 지적에는 귀를 닫았다. 오히려 우상호 의원은 “재난망에 주파수를 우선 배정하기로 한 것은 공공서비스라는 이유 때문이다”며 “이 기준에 따라 따질 것 없이 쉽게 결론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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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의원 역시 “국민들이 UHD 방송을 원하고 있으니 주파수 정책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막무가내로 압박했다.

홍 교수는 “방송과 통신을 공익성 여부로 가를 수는 없다”며 “모바일 트래픽 증가로 지금보다 통신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