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가 전격적으로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인터넷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질 경우 협조하겠다던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돌연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최악의 경우, 회사 경영진이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거나 정부에 미운털 박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례상 문제될 것 없다는 쪽에 조심스럽게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카카오의 감청 불응 폭탄발언은 철저히 계산되고 준비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다음카카오가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대립하는 모양새지만, 실상은 ‘이용자 신뢰’와 ‘국내법 준수’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계산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먼저 변호사 출신인 이석우 대표의 경력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1996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미국 로펌(Weiss Jensen Ellis&Howard) 변호사로 재직했으며, 1999년부터 2004년까지는 한국IBM 고문변호사를 맡기도 했다.
사내 법무팀을 통한 검토도 끝났겠지만, 법률 전문가인 이석우 대표가 앞에 나서 자신 있게 “감청 불응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대표이사인 본인이 달게 받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법률 전문가로서 논란의 소지는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란 평가다.
특히 업계에서는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2012년 10월25일 대법원 판례에 주목하고 있다. 이 판례문에는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이란 그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의 송·수신과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만을 의미한다”로 정의돼 있는데, 이같은 규정대로라면 실시간 감청 장비가 없는 다음카카오는 수사기관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측은 과거에도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 왔다.
또 다음카카오 측이 기존 감청 영장에 준하는 차원에서 3~7일간 대화내용을 모았다 제공하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될 건 없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이 제시한 대법원 판례에 비춰봤을 때 ‘수신 완료된’ 내용을 제공하는 것 역시 감청의 정의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대로 자료를 제공할 경우 전병헌 의원 지적대로 ‘셀프 감청 집행’이란 비판만 가중될 뿐이다.
즉 다음카카오가 기존대로 수사기관에 협조하던 방식을 중단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고, 실시간 감청 협조 역시 기술적인 한계를 이유로 정당하게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 ‘카톡 검열’ 업계 공동대책, 이르면 다음 주 발표2014.10.14
- 카톡 검열 논란, 업계 넘어 정치권 이슈로2014.10.14
- 카톡 "감철불응' 폭탄선언…민심의 향방은?2014.10.14
- 다음카카오, 업계와 ‘카톡 검열’ 공동 대응2014.10.14
특히나 통신비밀보호법에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 의무가 나와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문제가 되더라도 이석우 대표가 구속되거나 처벌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박경신 오픈넷 이사는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대법원 판례가 맞다면 감청의 정의는 ‘실시간 감청’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상시 감청 설비가 구비되지 않은 다음카카오 측이 감청 요구에 불응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기존에 하던 자료 제공도 뒤늦게나마 바로 잡았는데, 이것 역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감청의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형사처벌도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