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네탓' 공방…누구 잘못인가

보조금 너무 작다 VS 출고가 너무 높다 '공방'

일반입력 :2014/10/14 08:51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 보름도 안돼 국민들의 지탄을 받으면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졸속 단통법을 둘러싼 '네탓' 공방이 뜨겁게 펼쳐졌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는 초반부터 단통법을 비난하는 국회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졌다.

국회 미방위원장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방문했던 유통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 뒤 감사를 시작했다. 단통법이 시행된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았지만 현재 소비자들이나 시장의 분위기가 사실상 낙제점이라는게 여야 국회의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결국, 법안을 처리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주무부처인 미래부도 단통법 개정을 시사하기에 이르렀다. 당장은 소비자와 유통 상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부정적인 반응이 더 장기화될 경우에는 법을 개정해서라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 단말기 보조금 너무 적다

권은희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체감 통신비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건전한 휴대폰 유통구조를 만들어 통신요금과 출고가 등을 현실적으로 낮추자는 법안 취지를 달성하기에 앞서, 당장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보조금(지원금)이 대폭 삭감됐다는 것.

권 의원은 “단통법 시행 이후 공시된 보조금을 분석해보면 갤럭시S5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단통법 시행 이전 평균 20만원의 보조금이 책정됐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8만6천원 수준으로 60% 가량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저가 요금제 이용자나 기존 휴대폰 재사용자는 이득이 있지만 체감 통신비는 평균 4.3%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보조금 규모 삭감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나아가 소비 심리가 위축돼 휴대폰 유통 소상인들의 고통까지 가중됐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다.

홍문종 의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2만5천개의 대리점 판매점이 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 통신비 출고가 못 내리나

기존 번호이동 고가요금제 가입자 위주로 보조금이 대폭 삭감된 것이 현실이다. 1주일 단위로 이통사가 보조금을 다시 책정할 수 있는 제도에 따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법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왔다.

하지만 당초 입법 취지인 통신비와 출고가 인하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국감증인으로 출석한 이통사, 제조사와 의원들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과거 과열됐던 시장에선 번호이동 중심의 일부 고객에 집중된 보조금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여 충격으로 받아 들여지는 부분이 있다”며 “장기적으로 상품 서비스나 요금 인하 경쟁 쪽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방위 의원들은 이같은 답변을 두고 통신비 인하 노력이 부족하다는 질책을 내놨다. 당장 요금을 내리진 못하더라도 구체적인 대응이 없다는 것이다.

출고가 인하에 대한 논의도 여러번 오갔다. 국내 출고가가 해외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배경태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이 전세계 공급가(이통사에 판매한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자, 최원식 의원은 “삼성전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세계적인 IT 컨설팅 회사인 가트너는 세계적으로 가장 비싸다고 하고, 주요 단말기는 소비자들도 그렇다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비싸다고 하는데 막연하게 비싸지 않다고 하는게 대기업 스탠다드냐”며 질타했다.

이어 “오히려 DMB나 배터리 가격 말하지 말고 빼고 팔든가, 세계인을 설득해야 하는 기업이 유리한 것만 말해서 국민 신뢰를 잃어버리지 말라”고 덧붙였다.

■ 분리공시 재도입 촉각

단통법을 직접 만든 미방위 의원들은 법 시행 차질을 분리공시 도입 무산으로 돌리기도 했다.

송호창 의원은 “미래부의 첫 번째 주요 정책이 단통법인데 분리공시를 관철시키지 못해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빚어지고 있다”며 “분리공시에 반대한 삼성은 영업비밀 누출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꼬집었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로 제도 도입이 좌절됐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가 분리공시 도입에 정말 반대한 것이 맞냐는 질의도 줄곧 나왔다. 최양희 장관은 이를 두고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한 내용일 뿐, 직접적인 의사를 듣지는 못했다”며 한발 물러났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장관까지 나서서 분리공시를 포함한 개정안 검토 이야기를 내놓기도 했다.

단통법을 대표 발의한 조해진 의원 역시 개정안을 거론했다. 조 의원은 “이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고 법이 실패하면, 정부나 국회가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더 강력하고 충격적인 대안이 나올 수 있으니 각자 회사 입장만 따지지 말고 노력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