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핀란드)=이재운 기자>”핀란드의 강점은 높은 교육열은 물론 창의성과 개방성에 있다”
노키아가 흔들렸어도 핀란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도 느껴진다.
이른바 ‘노키아 쇼크’, 정확히는 루미아 스마트폰과의 이별에도 노키아 경제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기자가 만난 핀란드인들과 노키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외부에서는 노키아가 부진 끝에 휴대전화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마치 노키아와 핀란드 경제 전체까지 극심한 위기를 겪은 것처럼 알려져 왔지만 핀란드 내부의 시각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 침체가 다소 있었기는 했어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온 시기를 고려하면 노키아로 인해 흔들린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노키아에 집중돼있던 의존도가 분산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과 헬싱키 소재 핀란드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레니타 토이바카 핀란드 유럽외교 및 통상 담당 장관(국회의원 겸직)은 핀란드의 강점으로 높은 교육열과 사회의 개방성, 그리고 창의성을 꼽았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더 많이 알고 싶다”는 토이바카 장관은 핀란드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는 근면한 문화를 갖고 있으면서도 보다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벤처 창업이 이뤄지고, 이렇게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설명했다.
노키아의 부침에도 핀란드 경제가 흔들리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는 앵그리버드를 개발한 로비오와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개발한 슈퍼셀 등 세계적인 강자가 핀란드에서 등장했고 이외에 대안적인 운영체제(OS)를 적용한 보급형 스마트폰 개발사인 욜라(Jolla)도 각광 받고 있다. 이러한 새 이정표를 만든 인력의 상당수가 대개 노키아 출신 인력이다.
광통신장비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코리안트라는 업체도 노키아에서 분사된 뒤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히려 노키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나아가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북유럽 감성’을 앞세워 마리메꼬(Marie Mekko)와 같은 디자인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청정기술 분야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강원도 삼척에 건설될 바이오매스 발전소 설계를 수주하는 등 수출구조도 다변화되고 있었다.
토이바카 장관은 “북유럽 내에서 가장 낮은 법인세율인 20% 수준을 제공하고 있고 해외 기업의 핀란드 투자 유치를 위해 (범정부적인 지원 프로그램인) ‘팀 핀란드 스피릿(Team Finland Spirit)’도 실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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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무선 네트워크 장비 분야 전문 업체로 변신을 선언한 노키아도 여전한 위상을 지키고 있다. 에스푸 소재 노키아 네트웍스 본사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직원 황운희 씨는 “이곳(핀란드 현지)에서도 ‘노키아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면 다르게 쳐다보는 부분이 아직도 있다”며 “단말 사업 분사 이후에도 핀란드에서 노키아의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삼성이 가진 한국 내에서의 위상 변화 가능성과 핀란드와는 다른 문화적 특성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다만 우리가 가진 게임분야 경쟁력과 삼성 등 대기업이 가진 핵심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