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막판 화두인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도입이 오늘(24일) 결정된다. 분리공시의 도입 여부에 따라 이견이 갈렸던 관련 업계, 정부부처, 국회 여야의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단말기 유통법 하위 세부 규정인 고시안을 심사한다.
단말기 유통법 고시안은 미래창조과학부 5개, 방송통신위원회 6개 등 총 11개다. 이 가운데 분리공시는 보조금 공시제도 내용이 포함된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 기준’에 새롭게 포함된 내용이다.
방통위는 보조금 공시제도 고시안을 마련한 이후,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어야 투명한 보조금 집행이란 법안 취지가 분명해진다는 업계 요구에 따라 도입을 검토했다.
이후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의 사업자 의견을 청취한 이후 분리공시를 도입하더라도 상위법에 위배되지 않고 소비자 실익이 커진다는데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뜻을 모았다.
■ 삼성 글로벌 경쟁력 약화, 분리공시 도입 무산?
하지만 규개위 심사에서 분리공시가 발목을 잡히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성전자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면서, 분리공시 조문에 대해 반대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분리공시가 글로벌 영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에게 영업비밀을 보호하지 못하게 되면서 국가경쟁력과 기업경쟁력이 약화된다며 반대의사를 펼쳐왔다. 나아가 고시안이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까지 진행한다는 내부 방침까지 세웠다.
아울러 이 법안에서 제품별 장려금이 노출되지 않게 총액만 공개한다는 상위법을 이유로 위법성을 제기해왔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분리공시 도입 반대 의견을 피력한 이후 규개위 분위기는 급선회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 수장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주장하며 분리공시 내용을 배제하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 이통사 국회 야당, 반발 확산될 수도
이같은 논리로 규개위가 미뤄지자, 새정치민주연합과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소비자단체 등이 분리공시의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당초 단말기 제조사가 모두 반대했던 분위기에서도 LG전자와 팬택이 찬성으로 돌아서며, 홀로 남은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분리공시 도입이 되지 않을 경우 후폭풍도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유통법의 마지막 단추로 여겨졌던 분리공시 도입이 무산되면, 반쪽짜리 법안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국회 야당에서는 규개위 심사 하루를 앞두고 토론회를 열어 분리공시 도입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상호 의원은 “고시안 확정을 앞두고 기재부가 삼성전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시안이 흔들리고 있다”며 “규개위에서 분리공시를 반드시 포함해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야 한다”고 강도높게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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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의 장려금 공세에도 정부의 불법 보조금 제재를 혼자 받던 이통사도 상당한 불만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단말기 유통법 시행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단말기를 구입하지 않고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분리 요금제를 선택할 때 요금할인 방식을 도입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된다”며 “반드시 분리공시가 시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