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0만원대 초저가형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원’을 공개할 경우 관련 제조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제조업계가 덩달아 판매가를 낮춰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 등 신흥시장의 경우 중저가형 제품에 대한 신규 수요가 있고, 마침 하이엔드(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상태와 맞물려 구글의 이러한 행보는 중저가 시장 내 경쟁 심화도 더욱 격화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제조사가 구글을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구글은 어디까지나 ‘안드로이드의 확장’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인도 시장 맞춤형 초저가형 스마트폰 제작 나선 구글
2일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오는 15일 인도에서 대규모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 주인공은 바로 10만원대 초저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원’이 될 예정이다.
지난 6월 구글 개발자 대회인 구글I/O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안드로이드 원은 인도 현지 제조사인 마이크로맥스와 스파이스, 카본 등과 협업해 개발된다. 구글은 이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발생하는 중저가형 제품에 대한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안드로이드 원은 그 동안 구글이 직접 레퍼런스 디자인을 해 온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순정 상태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다.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각자 최적화를 한 안드로이드와 달리 반응속도도 빠르고 사용하는 메모리 자원도 적다.
인도 시장에 대한 공략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중국 시장에서는 이미 샤오미나 화웨이, ZTE 같은 현지 제조사들이 자체 UI까지 개발해가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인도에서는 아직 UI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는 없는 실정이다. 또 비슷한 문화권인 스리랑카,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인근지역으로의 진출이 비교적 용이한 점도 매력이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에서 올 1분기까지 1위를 달렸는데, 이는 고가형 제품인 갤럭시S4 뿐 아니라 갤럭시S 듀오스 등 30만원 전후의 중저가형 제품 판매량도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애플의 아이폰4가 인도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도 보조금 지급과 출시 후 4년이란 시간이 흐른데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인한 낮은 판매가에 있다.
■안드로이드 지배력 회복 및 저변 확대
구글이 직접 스마트폰 제조에 자꾸 나서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2가지 이유를 꼽는다.
첫 번째로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지배력 회복이다. 물론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인수한 뒤 구글의 자산으로 여전히 남아있지만, 주요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하면서 구글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안드로이드인지 아예 모를 정도로 변화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오토모티브 인포테인먼트용 제품에 탑재되는 운영체제에는 안드로이드를 커스터마이징해 구글의 색깔을 완전히 지워버린 형태까지 등장했다. 당시 구글은 내부적으로 불쾌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열린 선밸리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타이젠 기반 스마트워치를 출시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최대 안드로이드 기반 하드웨어 플랫폼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타이젠 독자노선을 걸을 채비를 하자 구글이 불만을 표했다는 것. 삼성과 구글은 이미 변형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갤럭시기어 출시를 놓고도 갈등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두 번째 이유로는 스마트폰 시장 자체에 대한 저변 확대가 그것이다.
구매력이 높은 중국 소비자와 달리 인도 소비자는 빈민층의 경우 중가형 제품 조차도 구매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 10만원 전후 수준의 안드로이드 원 같은 – 제품이 필요하다. 모질라재단은 인도에서 4만원대 가격에 파이어폭스폰을 출시했고 샤오미도 25만원 짜리 신제품을 선보였다. 구글도 이 시장을 겨냥해 저가형 스마트폰 개발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접근법은 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저변 확대 노력이나 트위터가 지난해 중동 민주화 시위 열풍 당시 피처폰에서도 문자메시지로 트윗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구글도 출신지인 실리콘밸리의 철학에 기반해 움직인다는 의미다. 게다가 기업철학으로 내세웠던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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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종합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통해 자신의 플랫폼을 통한 검색에 집중하고, 그러기 위해 순정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는 구글 플랫폼을 무상으로 이용하면서 비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기존 제조사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담겨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구글에 대해 분석한 책 ‘구글드’의 저자 켄 올레타 뉴요커 수석 칼럼니스트는 구글의 성공 이유에 대해 “구글은 오로지 검색에만 집중해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며 엔지니어 기반의 구글이 어디까지나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철학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