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츠바이닥터드레 스튜디오 와이어리스(이하 스튜디오 와이어리스)는 적응형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내장한 블루투스 오버이어 헤드폰이다.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전원을 켜면 소음 제거 기능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블루투스로 연결된 기기와 9미터 내 거리에서 음악 재생이 가능하며 블루투스 연결시 무선으로 최대 12시간, 케이블을 연결하고 최대 20시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음악 재생이 멈췄을 때도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돼 주위 소음을 줄여준다. 내장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마이크로USB 케이블을 연결해 충전할 수 있고 PC와 연결하면 비츠 업데이터를 통해 펌웨어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유선 리모컨이 달린 케이블과 일반 케이블을 모두 제공해 취향이나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무게는 260g이며 색상은 화이트, 블랙, 레드 등 여섯 종류다. 가격은 54만 5천원.
■무선은 더하고 무게는 덜었다
비츠바이닥터드레 음향기기는 일체형 밴드와 헤드폰·이어폰 외부에 잘 보이게 새겨진 원형 ‘b’ 로고가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바꿔 말하면 같은 비츠 헤드폰끼리는 구별하기 쉽지 않다. 스튜디오 와이어리스도 마찬가지인데 헤드폰이 접히는 부분에 적힌 ‘studio’라는 글자로 제품을 분간할 수 있다.
무선 기능이 추가되었지만 무게는 100g 가까이 줄어든 260g이다. 이어패드는 오버이어 방식이라 귀를 완전히 덮어 주위 소음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귀 모양에 맞게 수축하는 메모리폼을 넣은 가죽재질로 오래 쓰고 있어도 피로감이나 통증을 느끼기 힘들다. 양손으로 잡고 비틀어도 부서지거나 망가지지 않을만큼 유연하다.
왼쪽 패드에는 블루투스 조작을 위한 볼륨 버튼과 재생 제어 버튼을, 오른쪽에는 전원 버튼과 충전을 위한 마이크로USB 단자를 달았다. 블루투스를 쓰지 않고 기기와 연결하고 싶다면 유선 리모컨이 달린 케이블과 일반 케이블 중 하나를 선택해 연결하면 된다.
■애플 피인수 이후로 한결 좋아진 소리
애플 피인수를 전후해 나온 비츠 헤드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바로 소리다. 비츠 헤드폰 하면 떠오르는 단단한 중저음은 그대로지만 무겁고 답답하던 소리가 상당히 달라졌다. 소리 성향 때문에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디자인때문에 사는 헤드폰’, 혹은 ‘연예인이 장식품으로 끼고 나오는 액세서리’라는 혹평을 들을 정도는 아니다. 상반기에 출시된 솔로2만 해도 고음역 재생 기능이 상당히 보강되었다.
이런 성향은 스튜디오 와이어리스도 예외가 아니다. 이전 제품에 비해 고음역대는 확실히 살아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쏘는 정도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며 팝, 락, 가요, 댄스 등 장르 편식도 적다. 물론 비트감이 실린 강렬한 음악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변함없다. 단 원음을 충실하게 재현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듣기 좋도록 과하지 않은 범위 안에서 소리를 튜닝했다. 물론 원음 원리주의자(?)라면 이런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제공된 케이블을 연결하면 블루투스 뿐만 아니라 유선으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APT-X 코덱을 내장하지는 않지만 블루투스를 통해 재생할 때 음 손실이나 변화도 적다. 약간 소리가 건조해지는 경향은 있지만 소리 질감이 변하는 정도는 아니다. 도달거리는 최대 9미터지만 장애물이 없는 실외에서는 3미터 정도를 벗어나면 소리가 끊기거나 잡음이 섞이기 시작한다. 음악이 들린다고 해서 안심하다가는 연결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잃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연결 범위는 충분하다.
■에어컨 실외기, 항공기 엔진 소리가 사라진다
스튜디오 와이어리스에 탑재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전원을 켜는 순간 자동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활성화된다. 오른쪽 패드 안에 숨겨진 마이크를 이용해 주위 소음을 수집한 다음 이를 상쇄시키는 음파를 들려주어 소음을 줄여주는 원리다. 음악을 재생하지 않을때는 주위 소음을 최대한 낮추고 음악 재생중에는 노이즈 캔슬링 강도를 낮춘다. 음악을 끄거나 스마트폰과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장거리 노선 버스나 항공기 안에서 낮게 깔리는 엔진 소리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특히 에어컨 실외기가 작동하는 소리가 어디서나 들리는 한여름 도심에서 노이즈 캔슬링 효과는 크다. 자동차 엔진에서 나는 소리도 대폭 줄여준다. 문제는 헤드폰 볼륨을 지나치게 올릴 경우 음악에 심취한 나머지 뒤에서 차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해 교통사고가 날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스튜디오 와이어리스 뿐만 아니라 귀를 덮는 오버이어 헤드폰에 공통으로 필요한 주의사항이기도 하다.
반대로 불편한 점은 다른 헤드폰과 달리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끌 방법이 없다. 내장된 배터리 전원이 떨어지면 유선으로 연결해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충전을 잊어 배터리가 소모되면 패션 아이템 내지는 귀마개로만 쓸 수 있다. 이렇게 자동 활성화되는 노이즈 캔슬링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또 있는데 화이트 노이즈가 항상 낮게 깔린다는 것이다. 특히 유선 케이블로 연결하면 잘 들리며 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의외로 불편한 구석이다.
■결론 : 여전히 갈 길이 험난한 비츠 헤드폰, 이번에는 통할까
스튜디오 와이어리스는 ‘소리보다는 디자인을 보고 사는 헤드폰’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전 제품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소리를 들려준다. 주위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도 상당히 쓸만하다. 하지만 소리 자체는 20~30만원대 헤드폰과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사람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항상 작동하면서 낮게 깔리는 노이즈가 감점 요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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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제품을 집어들다가 망설이게 되는 요소는 둘 중 하나인데, 첫째는 소리, 둘째는 가격이다. 좋아하는 소리 취향은 각자 다르다. 하지만 이어폰·헤드폰 제조사마다 굳어진 이미지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들리기도 한다. 특히 비츠 헤드폰은 ‘닥터드레기’라는 명칭이 확대·재생산 되며 ‘사면 돈 아까운 제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직접 소리를 들어본다 해도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바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등지에서 379.95달러(한화 약 40만원)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가격 책정은 비교적 합리적이다. 하지만 여간한 비츠 마니아가 아닌 이상, 덥석 주문 버튼을 누르는 것은 모험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여전히 비츠 헤드폰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