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어폰 “현의 울림이 다르다”

JVC HA-FX850 리뷰

일반입력 :2014/06/17 18:00    수정: 2014/06/17 18:24

권봉석

JVC HA-FX850은 나무 소재 진동판과 하우징을 쓴 하이엔드 이어폰이다. 소리를 들려주는 드라이버 유닛은 11mm이며 용도에 맞게 케이블을 바꿔가며 쓸 수 있다. 귀에 직접 닿는 부분인 이어피스는 저반발형과 실리콘 중 필요에 따라 골라 쓰는 방식이다. 음악 감상에 중점을 둔 제품인 만큼 케이블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통화 기능이나 재생 조절 기능은 없다. JVC 우드 시리즈 이어폰 3종 중 최상위 제품이며 가격은 45만 8천원이다.

나무 재질 하우징…독특한 음색 표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읽으면서, 혹은 버스나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는 본격적으로 음악을 감상한다기 보다는 주위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격이다. 이러다 보니 비싼 이어폰을 써도 당장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럼에도 HA-FX850은 대번에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음압이 높아 같은 볼륨으로도 더 큰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소리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들려주는 편이다. 굳이 따지자면 고음역쪽이 살짝 올라간 느낌이 들지만 과하지는 않다. 저가 이어폰만 쓰다가 이 제품을 쓰면 평소 듣던 곡에서 전혀 듣지 못했던 악기나 소리가 들리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현악기가 주로 된 곡을 들어보면 다른 이어폰에서 들을 수 없었던 독특한 소리,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이 떨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지 않는 독특한 소리를 들려준다. 진동판을 감싸고 있는 하우징으로는 나무 재질을 써서 자연스럽게 소리가 퍼져나가도록 만들었다.

“케이블 내맘대로…” MMCX 단자

일반인은 무심하지만 오디오 마니아라면 케이블에 들어가는 재료, 즉 ‘선재’를 따지기 마련이다. 고급형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흔히 쓰이는 무산소동(OFC) 케이블만 해도 스마트폰 등 음원에서 나오는 소리를 진동판까지 전달하는데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마니아들은 보다 전기 신호가 잘 전달된다는 순은 케이블, 혹은 케이블 지름을 늘려 저항을 줄였다는 특수한 케이블을 쓰기도 한다.

HA-FX850은 이어폰 선을 쉽게 바꿀 수 있도록 국제 표준 규격인 MMCX 단자를 적용했다. 기본으로 딸려오는 무산소동 케이블 소리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MMCX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른 케이블을 꽂으면 된다. 다른 이어폰에 쓰던 케이블이라도 방식만 맞는다면 얼마든지 꽂아 쓸 수 있다. 하지만 순은 케이블이나 특수한 케이블을 써서 소리가 한 번 듣고 알아 차릴 정도로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차라리 기본으로는 불가능한 기능인 리모컨이나 통화 기능이 들어간 케이블을 꽂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또, 케이블이 단선됐을 때 저렴한 비용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골라쓰는 이어피스…음색도 변한다

HA-FX850과 같은 인이어타입 이어폰은 귓속에 밀어넣어서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소리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소음 차단에는 귓바퀴에 끼우는 오픈타입 이어폰보다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이런 인이어타입 이어폰의 공통된 딜레마는 귀와 직접 닿는 부분인 이어피스가 귓구멍 크기와 맞지 않아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어피스 지름이 너무 크면 오래 끼고 있을 때 아플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작으면 흘러내리기 십상이다. HA-FX850은 실리콘 재질 이어피스 세 개와 저반발형 이어피스 두 개를 함께 준다. 실리콘 이어피스는 대·중·소 세 가지 크기로 귓구멍 크기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인이어타입 이어폰이 대·소 두 종류 정도를 주는 것과 비교하면 선택의 폭이 훨씬 넓다. 저반발형 이어피스는 스폰지처럼 꾹 눌러서 찌그러뜨린 상태로 귀에 끼우면 부드럽게 부풀어올라 귀에 밀착되는 방식이라 오래 끼고 있어도 훨씬 부담이 적다. 하지만 소리 전달이나 소음 차단이 필요하다면 실리콘 이어피스가 더 낫다. 저반발형 이어피스는 진동판에서 나오는 소리를 약간 흡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론 : 기본에 충실한 성능…낮은 브랜드 인지도 ‘관건’

이 이어폰은 듣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기 쉽다. 보컬이나 악기처럼 특정 대역이 강조된 소리, 혹은 중저음이 강한 소리 등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좋게 말해 균형잡히고 나쁘게 말하면 밋밋한 소리 때문에 식상하기 쉽다. 하지만 녹음된 음원을 가능한한 원래 상태에 충실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최고의 이어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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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감이나 소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이어폰 본체가 다른 제품보다 약간 무겁다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내부에 여러 부품을 복잡하게 넣다 보니 무게가 10g 내외인 여느 이어폰보다 약간 더 무거운 13g으로 늘어났다. 3g 정도 차이지만 귀에 꼈을 때는 훨씬 무겁다. 바로 귓구멍에서 흘러내릴 정도는 아니지만 거추장스러운 것이 싫은 사람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다른 대안은 얼마든지 많다. 게다가 가격이 올라갈 수록 다른 사람의 평가도 매우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 분야에서 인지도가 낮은 JVC라는 브랜드는 약점이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추천해 줄 수 있는 건, 차별화 된 음악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본인의 취향에 맞을 경우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꼭 사기전에 충분히 들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