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키즈폰 준’은 SK텔레콤이 출시한 5세에서 8세 사이 아동용 웨어러블 기기다. 팔이나 목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진 전화기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기 어려운 미취학 아동을 겨냥해 개발된 아이디어 제품이다.
주요 기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다. 단, 별도의 숫자키가 없기 때문에 미리 저장된 전화번호로만 통화 연결이 가능하다. 문자 메시지 역시 같은 이유로 수신만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해당 기기 사용자의 위치를 관리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위치 추적이 된다는 이야기다. 즉, T키즈폰 준은 아이들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부모를 위한 웨어러블 기기다.
사양을 살펴보면 1.3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가 탑재됐으며 3G 통신망을 사용한다. 내장 메모리는 1GB라고 표기 돼 있지만 용도상 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350mAh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며 연속 대기시간은 80시간, 통화시간은 1시간 30분이다. 각종 기능을 자주 활용할 경우 배터리 소모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틀에 한번 꼴로 충전해주면 된다.
가격은 23만9천800원이며, 매월 8천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음성통화 30분, SNS 250건, 데이터 100MB를 제공하며, 통화량이 초과될 경우 관리자(부모) 스마트폰에서 음성 통화량이 차감된다. T키즈폰 준을 사용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앱은 아직까지 안드로이드OS만 지원되며 iOS는 개발은 완료됐지만 심사를 받는 중이다. 또한 마지막으로 T키즈폰 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반드시 SKT 스마트폰을 사용해야만 한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세밀한 위치추적
요즘 같은 흉악한 세상에 맘 놓고 아이를 키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흉악한 이야기부터 해야 겠다. T키즈폰 준은 기능면에서 완벽한 ‘전자발찌’에 가깝다. 성범죄자들에게 정부에서 지급하는 그것 말이다.
‘전자발찌’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T키즈폰만 있으면 아이의 위치를 아주 손 쉽게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다. 일단 전용 앱의 기능이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우선 30분마다 한번씩 아이의 위치를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자동 전달되도록 할 수 있다. 또 ‘안심존’ 기능을 사용하면 아이가 정해진 위치를 벗어날 경우 자동으로 알림을 준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아이의 위치를 전송받을 수 있다.
정확도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하는 위치기반 서비스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 특성상 실내에서는 다소 오차율이 생기지만 대충 어떤 건물에 있는지 100~200m 이내의 오차 범위 이내로 알려준다. 적어도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지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지 정도는 확인이 가능한 수준이다. 게다가 SKT가 내놓은 제품답게 아이의 위치를 누르면 곧바로 T맵과 연동이 돼서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디자인⋯착용감은 ‘글쎄’
T키즈폰 준의 디자인은 아이들의 눈높이 맞춰져 있다. 아무리 제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싫어할 디자인이라면, 지켜보지 않는 사이에 벗어두거나 혹은 분실할 우려 마저 있다. 그래서 이런 제품은 디자인이 더욱 중요하다. 일단은 합격점을 줄만한 디자인이다.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모두에게 잘 어울린다. 색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나쁘지 않다.
반면 착용 방식은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많다. 일단 팔목형 케이스의 경우 밴드 사이즈 조절이 안된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제조사 측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할 액세서리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걸이형 케이스 역시 플라스틱 탄성을 이용한 체결 방식이어서 자칫 본체가 빠질 우려도 든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팔목이나 목걸이 이외에 옷 속에 감출 수 있는 형태도 필요해 보인다. 어른이 보기에도 신기한 제품인 만큼 또래 친구들에 관심을 집중시켜 별로 좋을 것이 없고, 혹시나 유괴범들에게 노출돼도 좋을 건 없다. 그냥 빼서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아이 눈높이에 맞춘 치밀한 기능 설계
전화는 기본적으로 스피커폰으로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어른들에게는 스피커폰으로만 통화를 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담스럽겠지만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이것이 좀 더 직관적으로 보인다. 통화 품질도 꽤 쓸만한 편이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없는 것도 긍정적이다. 어차피 한글도 제대로 떼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불필요한 기능이다. 제조사 측에서 기획 단계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겠구나 싶은 설계다.
‘고잉나우(Going Now) ’라는 기능은 마치 LG전자 G2 처럼 화면을 두드리면 본인의 위치를 부모의 스마트폰에 전달하는 기능이다. 근데 굳이 필요한 기능인가 의문은 든다. 어차피 설정만 해놓으면 주기적으로 자신의 위치 정보를 알려주고, 부모도 원하면 언제든지 앱을 통해 아이의 위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팔목에 찬 다음 움직이면 이런 저런 재미있는 소리가 나는 부가 기능이 있다. 동작 센서를 활용한 기능으로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그냥 시끄럽다. 아이들도 몇 번 해보다가 금방 실증을 냈다. 다른 아이들의 주의를 끌거나 배터리만 소모하는 몹쓸 기능이다.
설마 이 기능 하나 때문에 동작센서를 넣었다고 생각할 수 없다. T키즈폰 준도 웨어러블 기기 답게 활동량을 체크해주는 만보계 기능을 제공한다. 물론 이것 역시 부모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 세밀한 추적기능이면 이제 우리 아이의 사생활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단지 아직은 보호받아야 할 나이라는 점에서 합리화 될 뿐이다.
■결론 : 최첨단 위치 추적장치의 명과 암
T키즈폰 준은 확실히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어 탄생한 제품이다. 아이가 실종되거나 유괴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해 준다기 보다는, 하루 종일 아이 곁에서 붙어 있을 수 없는 맞벌이 부모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자동차로 따지면 일종의 블랙박스와 같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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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추적이 매우 용이한 점은 칭찬해주고 싶다. 그만큼 걱정도 된다. 위치추적을 하더라도 이 제품에 어떤 소리나 진동도 오지 않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문자 메시지만 전달될 뿐이다. 즉, 타인의 주머니나 가방에 살짝 넣어놓으면 완벽한 위치추적장치가 된다는 이야기다. 아이 지키려고 샀다가 자칫 가정이 깨지는 수가 있다. 위치가 추적될 때 마다 가벼운 알람 소리 정도는 나도록 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반대로 우리 아이가 유괴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가정하면 오히려 알람은 없는 편이 더 낫다.
물론 라이터를 가장한 초소형 카메라처럼 IT기기 역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요긴하게 활용될 수도 혹은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이 제품에 고스란히 묻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아이에게 이러한 IT기기를 채워야 할 정도로 각박하고 위험해진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