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5차 대화에서도 팽팽한 입장차를 확인하며 별다른 소득없이 협상을 끝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30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피해 보상 문제를 놓고 대화를 재개해 7시간 가까이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 등 주요 의제에 대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반올림 측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과 문제에 대한 온도차가 여전한데다 보상 방식과 범위에 대해서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양측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 화학약품 관리체계를 중심으로 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반올림 측은 반올림이 절반 이상을 추천하는 사람들로 '화학물질 안전보건위원회'와 '외부 감사단'을 설치할 것을 거듭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 협상 대표인 백수현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이같은 반올림의 요구는 사실상 '반올림 위원회'를 회사 안에 설치하라는 요구기 때문에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번 협상 공전에 원인이 됐던 사과 문제에 대한 입장도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측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이미 세 차례 사과를 한 만큼 일단 실질적인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자는 입장이다.
보상대상과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삼성전자는 협상에 참여 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 논의를 우선 한 달 안에 마무리하자고 제안했지만 반올림 측은 산재신청자 전원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 전무는 안타깝지만 산재를 신청했다는 이유만으로는 보상하기 어려운 만큼 수정된 안을 가져올 것을 반올림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반올림측 협상단 대표인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는 이날 협상을 끝내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 세 가지 의제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삼성은 오늘 어떤 안도 가지고 나오지 않고 8명에 대한 보상 문제만 얘기해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면서 삼성전자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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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반올림의 다음 교섭은 내달 13일로 예정됐다.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본격화된 이후 7년을 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