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마라톤 협상 이견만 확인

사과·보상 등 주요 의제 입장차 여전…협상 장기화 우려

일반입력 :2014/07/16 22:07    수정: 2014/07/17 08:10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백혈병 피해 보상 문제를 놓고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반올림 측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사과 문제에 대한 온도차가 여전한데다 보상 방식과 범위에 대해서도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양측의 논의가 원점을 맴돌면서 협상이 장기화 될 조짐도 보인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6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와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 등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네 번째 대화를 진행했다. 지난달 25일 3차 교섭 이후 3주 만에 다시 만난 양측은 5시간 30분 동안 장시간 협상을 진행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지난번 만남에서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상위원회 구성안을 비롯해 사과와 보상 방식 등 주요 의제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사과와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양측은 특히 사과 문제를 놓고 2시간 30분동안 논의를 진행한 만큼 진통을 겪었다. 반올림 교섭단장을 맡고 있는 황상기씨는 (삼성 측에)사과에 대한 부분을 준비해올 것을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준비가 돼있지 않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에 이어 수석대표인 백수현 전무가 협상을 시작하면서 이미 세 차례 사과를 한 만큼 일단 실질적인 보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자는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제안한 보상위원회 설치와 보상 대상에 대한 입장차도 여전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협상에 참여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한 보상 논의를 우선 한 달 안에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5일 협상에서 제안한 실무협의체를 가동시킬 것을 구체적인 안으로 제시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협상에서 우선 협상에 참여 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해 보상을 실시하고, 이후 그외 관계자들로 확대해서 보상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시한 바 있다. 또 보상 기준과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대상질병과 보상 기준 및 대상, 수준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보상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백수현 전무는 산재보상을 신청한 모든 사람들에게 보상하라는 것이 반올림측의 요구사항이지만 산재 신청 사실만으로 보상을 할 수는 없는 만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 보상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다시 한 번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는 보상위원회를 만들고 협의하는데 시간을 지체하기 보다 당장 드러난 피해자들에 대해 신속하게 보상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며 보상위원회 보다는 직접 교섭을 통해 보상 문제를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상기씨 역시 반올림에서는 보상위원회 안을 들어줄 생각이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소 취하에 대해서도 여전히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반올림 발병자와 유가족, 활동가에 대해서 고소를 취하한 만큼 요구사항을 들어줬다는 입장이지만 반올림은 시위 과정에서 연루된 과천철거민연합 등 이번 협상과 직접 관련이 없는 활동가들의 고소 취하도 함께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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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반올림의 다음 교섭은 오는 30일 오후 1시로 예정됐다. 이날 협상에서는 이날 협상에서 제기된 의제를 비롯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본격화된 이후 7년을 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