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백혈병 문제 '세 가지 합의'

고소 취하 약속…내달 중 3차 교섭

일반입력 :2014/05/28 18:11    수정: 2014/05/29 08:47

정현정 기자

7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재개됐다. 지난해 12월 첫 교섭이 파행으로 중단된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날 양측은 향후 협상 의제와 일정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삼성전자는 유가족과 반올림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약속했다.

삼성전자와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은 28일 3시부터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비공개로 2차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첫 공식 사과와 함께 피해자에게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난 후 첫 자리다.

이 자리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이 직접 참석해 반올림 측에 회사의 입장을 직접 설명했다. 반올림 측에서는 교섭단장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가 참석했다.

이날 양측은 세 가지 주요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우선 삼성전자는 신뢰 회복 차원에서 이른 시일 내에 직업병 피해가족이나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또 향후 협상 과정에서 ▲사과 ▲보상 ▲재발방지라는 반올림 측의 세 가지 요구조건을 중심으로 대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내달 중 실무선에서 협의를 통해 3차 교섭 일정을 잡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3차 교섭부터 새로운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다.쟁점이 됐던 제3의 중재조정기구 문제에 대해서는 다소 입장이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중재조정기구 구성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반올림 측에서는 양측이 대화를 하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우선 양측이 대화를 진행하되 벽에 부딪힐 경우 중재기구나 조정기구를 구성하는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유보했다.

다만 이날 교섭에 앞서 반올림 측이 요구한 노동조합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측이 별다른 입장을 피력하지 않았다. 반올림은 교섭 전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은 오늘 교섭을 시작으로 노동조합 문제부터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문제까지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달라며 우선 조건으로 노동조합 문제의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날 양측이 향후 교섭 의제에 대해 합의한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는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7년을 끌어온 삼성 직업병 문제가 급진전의 계기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백혈병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진행 중인 모든 소송에서도 손을 떼는 등 전향적인 움직임에 나선데 이어, 반올림을 사실상 교섭의 주체로 인정하면서 그동안 협상을 교착 상태에 빠지게 했던 걸림돌을 상당 부분 제거한 상태다.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 사장은 교섭 후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는 앞으로 반올림과의 전향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 협상 대표단을 새롭게 구성했다면서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되서 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서 대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상기 반올림 교섭단장은 오늘 교섭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인용 사장이 교섭에 참여하면서 다른 때보다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며 교섭하는 내내 피해자들의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려는 부분이 좋았다며 추후 반올림 카페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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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본격화된 이후 7년을 끌어왔다.

2007년 11월에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처음 본 협상을 시도했으나 위임장 문제에 대한 입장차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