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협상 7년만에 해결될까

첫 공식사과 이어 이르면 28일 반올림과 직접 대화

일반입력 :2014/05/16 15:02    수정: 2014/05/16 16:52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 해결이 급진전될 조짐이다. 삼성전자가 이르면 오는 28일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과 협상 테이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반올림과 직접 대화를 결정한 것은 반올림을 교섭의 주체로 인정한 셈이어서 교착상태에 빠졌던 협상이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전자가 백혈병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하고 진행 중인 모든 소송에서도 손을 떼는 등 전향적인 결정을 이어가는 만큼 7년을 끌어온 논란이 마무리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반올림 측에 이달 28일과 29일 중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대화에는 이인용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반올림이 지난 15일 “삼성전자의 사과 발표를 환영하며 빠른 시일 안에 대화를 갖자”며 “삼성전자가 5월 이내에 복수의 일자를 제안해주면 그 중에서 가능한 날짜를 정하겠다”는 제안을 담은 이메일을 삼성전자 측에 전달한데 따른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발표는 반올림의 교섭 주체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전향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반올림은 자신들을 교섭의 주체로 분명히 인정할 것을 요구 조건으로 내세워왔지만 삼성전자는 유족측 위임장을 요구하며 반올림과 직접 협상에 난색을 표해왔다.

반올림 관계자는 “반올림의 교섭주체성을 인정한 부분이 현재까지와 가장 달라진 부분으로 대화 과정에서 이를 분명하게 정리할 생각”이라면서 “양측의 만남이 공개됐고 이제 양일 중 택일의 문제만이 남은 만큼 오늘 중으로 이를 결정해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28일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양측의 대화에서는 교섭 의제를 정하고 그동안 이견을 보여왔던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보상기준 마련 문제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그날 협상 과정에서 제3의 중재기구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면서 “직접 협상을 통해 대화를 하되 합의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재기구를 통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올림 역시 이번 협상을 통해 지난해 전달한 요구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을 파악하고 향후 협상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제3의 중재기구 마련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임자운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일단 지난해 12월18일에 전달한 요구안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또 앞으로 교섭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가 제3자의 참여를 원하고 있는 만큼 그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성격의 중재기구를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눠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지난 2007년 기흥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하면 본격화된 이후 7년을 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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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에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처음 본 협상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권오현 부회장의 이름으로 첫 공식사과를 한 이후 백혈병 문제와 관련한 행정소송 4건을 비롯해 백혈병 피해자 9명에 대한 소송 보조 참가를 철회하는 등 전향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