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백혈병 관련 보상 절차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은 14일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한 뒤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또 구체적인 보상 기준과 대상 등은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를 구성해 그곳에서 결정한 바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피해자 대변 단체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하 반올림)’은 삼성의 사과와 보상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 환영한다는 입장이면서도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기준 마련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다. 당사자간 직접 협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올림은 이날 조속한 협상 재개 등 11개 항목을 담은 ‘삼성 직업병 대책 요구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사과 드리고 합당한 보상하겠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쪽)기자회견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특히 “제안해주신 바에 따라 어려움을 겪으신 당사자, 가족 등과 상의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제3의 중재기구가 구성되도록 하고 중재기구에서 보상기준, 대상 등 필요한 내용을 정하면 그에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반올림 사과는 환영…중재기구 발언은 유감
반올림 측은 이와 관련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명중이거나 사망한 노동자의 존재와 그들의 아픔, 어려움에 대해 삼성이 소홀했음을 인정한 점, 재발방지대책도 수립하는 등 성심성의껏 해결해나가겠다고 한 점 등에 대해 이번 발표를 환영한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반올림은 그러나 제3의 중재기구 언급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반올림은 “제3의 중재기구는 반올림의 의견이 아님을 지난달 14일, 17일 두 번에 걸쳐 공식적으로 밝혔다”며 “중재기구를 제안한 것처럼 또다시 주장하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반올림 주장은 당사자간에 직접 협상을 하자는 쪽이다.
반올림은 이날 입장문에서는 “삼성이 이번 발표를 첫걸음 삼아 더욱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 문제 해결에 임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제3의 중재기구 논란 왜 불거졌나
제3의 중재기구는 지난달 9일 유족대표, 심상정 의원, 반올림 등이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면서 제안한 해결 절차다.
삼성은 다음날 이에 관한 입장을 조만간 표명하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반올림 측이 제3의 중재기구 방안은 반올림과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상정 의원 측이 일방적으로 제시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놨다.
직접 협상을 해야 한다며 기자 회견 내용을 뒤집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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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삼성은 입장 표명을 미루어오다 14일 권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한편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던 고 황유미씨가 사망하며 논란으로 등장했다. 같은 해 반올림이 출범했고 이후 유족 등이 산재 신청, 이를 기각한 근로복지공단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