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보상하겠다"

산재 소송에 간여해온 것도 철회하기로

일반입력 :2014/05/14 11:01    수정: 2014/05/14 16:35

김태정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의심 질환 직원에 대해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 긴급브리핑을 갖고 “제3의 중재기구를 피해가족들과 만들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되도록 하겠다”며 “여기에서 나온 보상 기준과 대상 등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이어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다”며 “이분들처럼 고통을 겪으신 분들에게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발병 당사자와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산재 소송에 보조참가 형식으로 일부 간여해온 것도 철회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보상 기준 등은 향후 중재 기관이 사업장에 대한 진단을 실시해 나온 결과에 따라 신중히 만들어갈 계획이다.

권 부회장은 “(백혈병) 당사자와 가족들은 삼성전자의 이번 제안에 대해 구체적 의견을 제시해 달라”며 “이 문제를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달 9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반올림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직업병 피해자 및 유족 구제를 위한 결의안’ 발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어 11일에 삼성전자에 공식 사과와 제3의 중재기관이 마련한 보상안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정리해왔고, 투병 당사자와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은 “투병 당사자와 가족들이 없는 자리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더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다”며 “회사의 제안을 수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던 고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고 황유미씨를 비롯해 반도체 라인 근무자들이 백혈병, 암 발생 원인을 공장 유해물질로 지목해 산업재해를 신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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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해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가 발족했고, 이후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블로그 등을 통해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반도체 생산라인과 암 발병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공식 사과와 보상을 이번에 처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