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올림 첫 실무협상…보상 논의 시작

협상 참여자 8명 보상 후 '보상위원회' 설치 방안 나와

일반입력 :2014/06/25 18:36    수정: 2014/06/26 07:57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반도체 공장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실무협상에서 보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보상 문제를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피력하면서 반올림 측에 '보상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삼성전자는 2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협상대표단 교체 후 첫 실무협상에서 우선 협상에 참여 중인 발병자와 가족 8명에 대해 보상을 실시하고, 이후 그외 관계자들로 확대해서 보상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외 관계자에 대해서는 보상 기준과 대상을 선정하기 어려운 만큼 공신력 있는 전문기구를 통해 대상질병을 정한 후에 보상 기준과 대상, 수준을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안을 가족과 반올림 측에 제시했다.

삼성전자측 협상 대표인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교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협상에서는 발병자와 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기에 덜어드리기 위해 보상 문제를 최우선으로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가족과 반올림 측이 삼성전자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주길 기대하며 이른 시일 안에 문제를 해결해서 가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올림 교섭단장을 맡고 있는 고(故) 황유미씨의 부친 황상기씨는 오늘 협상은 삼성 측에서 제안한 내용을 반올림에서 잘 듣는 자리로 다음에 만나서 보다 자세한 얘기를 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입장은 반올림 및 피해가족들과 상의를 통해 정리한 후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올림이 요구한 재발방지 대책과 관련한 제안도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직업병 예방활동과 퇴직자 지원제도를 소개하는 한편, 향후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제3의 기관을 통해 종합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협상에서 양측은 협상주기를 2주 간격으로 정하고 필요시 양측이 2인 이상으로 실무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몇 가지 협상 기본원칙에 합의했다.

또 삼성전자는 반올림 활동가와 유족들에 대해 진행 중이던 고소건을 지난 9일과 23일에 걸쳐 모두 취하했다고 반올림 측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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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달 28일 진행된 2차 교섭을 통해 협상 의지를 확인한 양측은 이날부터 새로운 협상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백수현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를 선임으로 새로운 협상 대표단을 꾸렸다. 반올림 측에서는 황상기 씨를 비롯해 이종란 노무사 등이 대표로 참석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논란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 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본격화된 이후 7년을 끌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