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가 기업 모바일 시장에 대형 변수로 떠오른 IBM-애플 연합에 대항하기 위한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기업 시장의 입지가 위축될 것을 우려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4일 블랙베리가 최근 새롭게 맺어진 애플과 IBM간의 동맹을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 '라이벌 기술 그룹'과 파트너십 체결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는 존 첸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가 IT업계의 타사와 보안 및 계정관리에 초점을 맞춰 협력하는 방안을 놓고 초기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말했지만, 상대가 어느 회사인지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는 발언을 전했다.
애플과 IBM간 배타적 제휴는 지난 15일 공식 발표로 세상에 알려졌다. 두 회사의 협력을 요약하면 한때 기업용 모바일 기기 시장을 주름잡았던 블랙베리의 텃밭을 정조준한 것이다.
이에 28일(현지시각) 텔레그래프는 이날 첸 CEO의 블룸버그 인터뷰 일부 내용을 인용 보도하며 블랙베리가 지난해 11월 투자자들에게 부진 탈출 전략으로 비용 절감, 캐나다 현지 본사 자산매각, 비즈니스 서비스 매출 확보, 단말기 판매 부진을 상쇄할 기업용 블랙베리메신저(BBM)서비스 등을 제시했고 올해 주가가 52% 오른 상태였다가, 애플-IBM 제휴 소식이 나온 이튿날 12%가 떨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주 전 외신들이 전했던 양사 협력은 애플이 IBM의 보안,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관리 역량을 녹인 기업용 아이패드와 아이폰 단말기를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올가을부터 소매, 건강의료, 여행, 교통, 통신, 보험 등 각 산업별 업무용 iOS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100여개 만들고 기기관리, 보안, 분석 클라우드서비스와 기업용 애플케어도 출시한다.
소비자 기기 시장이 성장한 몇년새 대응을 못해 부진에 빠진 블랙베리 입장에선 이런 애플과 IBM의 움직임이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는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서 첸 CEO는 (애플-IBM 연합군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기에 경쟁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며 독자생존이 옳은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다른 어느 누구도 제공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트너십을 통한 국면 전환에 기대를 걸어 달라는 뉘앙스다.
블랙베리가 파트너십을 언급한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국면 전환용 카드로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 블랙베리가 SAP나 오라클같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SW)기업과 손잡고 애플-IBM 연합과 비슷한 배타적 파트너십을 추진한다 쳐도 이미 오랫동안 활약해 온 기업 시장에서 큰 기대를 불러일으키긴 어려울 듯하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을 뛰어넘고 기업용 모바일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은 블랙베리만 떠안은 숙제가 아니다. 블랙베리는 애플뿐 아니라 여타 소비자 단말 제품을 만들어 온 회사들의 기업시장 침투 공세에도 맞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도가 다를 뿐 안드로이드 단말 선두업체 삼성전자도 동일한 상황에 높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기업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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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삼성전자의 국내 B2B 파트너 세미나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는 소비자 제품 판매 이상으로 제휴사업을 통한 기업시장에 공을 들이는 중이라며 직접 제품을 만드는 3개 부문(IM, CE, DS)과 독립적인 B2B사업부의 지난해 매출 목표만 수조원대였고 올해 더 높은 목표를 할당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삼성전자의 사업 방향이 국내만의 흐름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을 덧붙였다.
블랙베리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기업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첸 CEO가 삼성전자의 기업용 모바일 보안플랫폼 '녹스(Knox)'를 안드로이드에 도입키로 한 구글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점이 이를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