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SAP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쓴다. SAP가 준대로 그냥 쓰는건 아니다. 핵심 엔진은 놔두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확 뜯어고쳐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애플이 만든 ERP UI가 그렇게 쓰기 편할 수가 없단다. SAP가 만든 것보다도 한수위다. 애플 ERP 활용 사례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최강인 SAP가 전사적 차원에서 사용자 경험(UX)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핵심은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돌아가는 SW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쓰는 것처럼 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성 측면에서 엔터프라이즈SW UX는 일반인들이 쓰는 모바일앱에 비해 한참 못미치는 실정이다. 기업 사용자를 위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앱은 데스크톱이나 웹애플리케이션을 모바일용으로 다시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의 독특한 특징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SAP가 던진 메시지는 앞으로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거물급 IT회사들이 엔터프라이즈 SW UX 혁신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16일에는 모바일 혁명을 이끈 대표주자인 애플과 엔터프라이즈 IT시장의 강자인 IBM이 기업용 모바일앱 개발을 위해 손을 잡는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이번 협력으로 IBM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기업 고객들에게 판매하게 된다. 양사 엔지니어들은 IBM 빅데이터 분석과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해 업무용 앱도 공동 개발한다. 애플과 IBM은 유통, 헬스케어, 금융, 통신, 여행, 운송 분야 등을 포함해 100개 이상의 업무용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첫 결과물은 가을께 선보인다.
양사 제휴는 관련 업계에서 대형 뉴스로 부상했다. PC의 시대, 경쟁관계였던 과거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휴가 몰고올 파장 자체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업 업무 환경의 무게 중심이 PC에서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로 넘어가는 추세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IBM과 애플 모두 협력을 통해 모바일 중심의 업무 환경 확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팀 쿡 애플 CEO는 스스로가 아이패드로 회사 업무의 80%를 처리하고 있다. 그는개인 사용자용 앱처럼 간단한 엔터프라이즈 앱을 상상해 보라면서 IBM 제휴에 담긴 의미를 부각했다.
애플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단순함이다. IBM과의 제휴는 복잡성이 지배하는 기업용 모바일 앱 시장에 애플이 자랑하는 심플파워가 녹아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에 대한 고정관념, 다시 말해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을 확 바꿔놓은 애플이다. IBM과 손잡고 엔터프라이즈용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선 애플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도 애플 엔지니어들은 복잡성을 제거하고 단순화시키는 역량이 있다고 치켜세웠다.
기업 업무 환경에서 여전히 PC는 사용자들이 가장 우선하는 하드웨어다. 기업 시장에서 만큼은 노트북은 여전히 태블릿보다 잘팔린다. 3대 1 수준이다. 이에 대해 팀 쿡 애플 CEO는 근본적으로 차별화되고 좋은 앱을 제공한다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고 자신했다.
애플과 IBM의 제휴는 또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앞세워 기업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경쟁 판세 변화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애플 제품은 그동안 엔터프라이즈보다는 개인 사용자들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IBM은 엔터프라이즈 모바일 솔루션이 주특기 중 하나다. 양사 제휴를 높고 찰떡궁합이란 평가들이 많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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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겐 IBM과 손잡은 애플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IBM을 통해 애플은 대기업 모바일 시장에 바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반면 구글 기업용 SW서비스는 아직은 중견중소기업(SMB)들이 많이 쓴다.
애플과 IBM간 제휴는 구글외에 마이크로소프트, 시만텍, 블랙베리, SAP와 같은 기업용 IT회사들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기업 대상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중소 업체들 역사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