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킨들파이어 꿈꾼다

예스24 크레마 원 리뷰

일반입력 :2014/07/02 16:48    수정: 2014/07/02 16:50

봉성창

크레마 원은 예스24가 터치, 샤인에 이어 세 번째로 출시한 전자책 리더다. 전작의 e잉크 디스플레이 대신 HD 해상도(1280×800)를 구현하는 7인치 IPS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1.2Ghz 쿼드코어이며 메이커는 ‘올위너’다. 메모리는 2GB로 전자책 용도를 감안해 비교적 넉넉하게 지원된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지원하지 않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외부에서 다운로드 받은 APK 형식의 앱 파일을 설치하는 것도 제한된다. 예스24 스토어라는 자체 앱 마켓을 가지고 있지만 그 수가 적고 대부분 학습 및 교육용 앱이다. 게임은 단 한개도 없다. 전자책 뷰어 이외에 동영상, 음악 재생 등의 기본적인 멀티미디어 기능도 제공한다. 물론 인터넷 브라우저도 사용 가능하다.

이밖에 카메라는 전면에만 장착됐으며 300만 화소다. 저장공간은 16GB와 32GB 모델로 나뉘며 마이크로SD 카드 슬롯은 없다. 가격은 21만4천원(16GB), 23만9천원(32GB)이며 각각 크레마머니 기프트 카드 5만원권과 7만원권이 함께 제공된다.

철저한 기능 제한 “그래야 팔린다?”

크레마 원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우선 안드로이드 마켓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크고, 운영체제 자체에서도 막아놓은 기능들도 적잖다. 주어진 활용 가이드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이야기다. 겉보기에는 그냥 태블릿 같지만 막상 써보면 이러한 기능 제한으로 인해 상당히 다른 사용성을 보인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이는 대다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쥐어주기 꺼려한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분명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태블릿은 아이들에게 훌륭한 학습도구라는 것이 그간 지속적으로 보고돼 왔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것으로 학습보다는 게임을 포함한 다른 콘텐츠에 더욱 흥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크레마 원은 그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요컨데 이러한 철저한 기능 제한을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잡았다는 이야기다.

비단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독서를 목적으로 태블릿을 구매하지만 실상 활용도를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샛길로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혹은 지나치게 광활한 앱 장터에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설치하며 헤매기도 한다. 크레마 원은 음악을 들으면서 책 읽는 것 이외에 딱히 할 것이 없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크레마 원이 다른 태블릿과 차별화 되는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500만원 상당의 그림동화 전집 ‘흙 속의 진주’

전자책 리더는 크게 e잉크 디스플레이와 컬러 디스플레이 제품으로 나뉜다. 흑백만 표현이 가능한 e잉크 디스플레이 제품은 전력소모가 극히 낮아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고 눈에 피로도 역시 매우 적다. 물론 책 보는 것 이외에 어떤 것도 할 수 없지만 그건 그것대로 독서 애호가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전작인 크레마 샤인이 e잉크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반면 컬러 디스플레이는 멀티미디어에 좀 더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인터렉티브한 전자책 콘텐츠가 많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자책 대명사인 아마존이 킨들 파이어를 내놓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물론 예스24에게 아마존과 같은 방대한 콘텐츠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잘 살펴보면 의외로 훌륭한 부분이 많다.

그중에서도 보석과 같은 콘텐츠가 바로 ‘움직이는 그림동화’다. ‘움직이는 그림동화’는 시중에서는 적잖은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약 700편의 현대 동화를 5분 내외의 동영상으로 우리말 음성과 스트리밍 제공된다. 어찌된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스24 측은 이렇게 제작한 콘텐츠를 오로지 크레마 원에서만 제공하고 있다. 움직이는 그림동화는 실제로 서점에서 7~8천원에 책으로도 판매된다. 권당 7천만원 잡아도 무려 500만원어치의 동화책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셈이다.

전자책 이외에도 책을 기반으로 한 간단한 동영상 교육 서비스인 ‘북러닝’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전반적으로 예스24가 보유한 콘텐츠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느낌이다. 18만권의 전자책 보유고는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지만, 일반적인 독서량을 가진 사람에게는 그리 모자라지 않다. 다만 국내 전자책 시장 사정상 일부 베스트셀러 신간은 여전히 전자책으로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걸린다. 이는 비단 크레마 원이나 예스24만의 문제는 아니다.

2% 아쉬운 최적화…천연가죽 덧댄 감성적 디자인

다시 하드웨어 이야기로 돌아가면 ‘크레마 원’은 그리 썩 잘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다. 테두리 크기나 무게 등은 저가 보급형 태블릿 수준이며 반응속도도 기대에 못미친다. UX는 그럭저럭 편리하고 세련된 느낌도 나지만 애당초 예스24 자체가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만큼 최적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느낌이다. 특히 책 목록을 불러오는 속도가 느리고 책을 넘길 때의 느낌도 아이패드나 최신 안드로이드 태블릿과는 달리 부드럽지 못하다. ‘크레마 집 뷰어’라는 자체 개발 뷰어 앱 역시 애플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구할 수 인기 뷰어 앱과 비교해 성능이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뒷면의 하단 절반을 천연 가죽으로 덧댄 부분은 디자인 자체로도 훌륭해 보이며 한손으로 쥐었을 때도 부드러운 파지감을 선사한다. 태블릿보다는 좀 더 전자책다운 감성적인 디자인이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할 수 있는 스테레오 단자는 지나치게 빡빡한 감이 있다.

보통 이러한 제품은 중국의 수많은 태블릿 업체에서 주문생산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예스24도 같은 방법으로 크레마 원을 탄생시켰다. 분명 2GB 램 메모리와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서도 가격을 많이 낮춘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꾸준한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내장된 각종 앱의 최적화가 절실하다. 별도로 다른 앱을 설치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결론 : 전자책보다 교육용 태블릿으로 제격

크레마 원은 예스24가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전자책을 겨냥한 제품이다. 그러나 막상 써보면 전자책이라기 보다는 교육용 태블릿에 좀 더 적합한 느낌이다. 시중에서 아이들에게 선물해 줄 동화책을 사본 사람이라면 20장 남짓한 페이지에도 불구하고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깜짝 놀라게 된다. 그만큼 양질의 교육용 콘텐츠는 가격도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크레마 원은 ‘움직이는 그림동화’ 하나만으로도 20만원 가량을 지불하는 것이 결코 아깝지 않게 느껴진다. 여기에 크레마머니 기프트카드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격은 10만원 중반대로 떨어진다. 다만 해당 기프트카드는 현금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사 맴버십 포인트와 유사하다. 일정 비율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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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크레마 원을 본격적인 전자책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를 고민한다면 차라리 일반적인 태블릿이 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미 태블릿에도 다양한 전자책 앱이 있고, 그곳에서 다양한 전자책을 구입할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원하는 책이 없다면 다른 전자책 앱을 뒤져볼 수 있는 선택지도 생긴다. 오로지 예스24에서만 찾아야 되는 것보다는 훨씬 자유롭다. 이외에도 다양한 앱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보너스다.

크레마 원에서 안드로이드 마켓을 제외한 이유는 사실 수익배분과 관계가 깊다. 전자책 유통 구조상 구글이나 애플에 30%를 떼주면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어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크레마 원과 같은 전용 단말기에서는 30%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보다 좀 더 책값을 조금 더 낮춰서 소비자한테 돌려주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종이책을 중시하는 출판사들의 고집과 얽히고 섥힌 유통 구조는 이러한 간단한 아이디어 마저도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