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POS업체에 왜 5조원이나 썼나

일반입력 :2014/06/27 15:29    수정: 2014/06/30 06:38

오라클이 최근 53억달러(약 5조3천억원)란 거금을 들여 마이크로스시스템(이하 마이크로스)을 인수했다. 최근 5년 내 최대 규모의 투자결정에 점포판매시스템(POS) 솔루션업체인 마이크로스란 회사의 정체와 오라클의 노림수에 관심이 쏠린다.

오라클은 지난 23일 마이크로스를 주당 63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소문보다 더 높은 가격이었다. 당시 마이크로스의 주가는 주당 58달러 수준이었다. 재무적인 시각에선 오라클이 최근 실적발표에 나타난 매출 성장세 둔화를 타개하기 위해 돈을 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 분기 오라클은 113억2천만달러 매출, 36억5천만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이 조금 늘었고, 순익은 4.2% 줄었다. 기업IT시장이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신흥 경쟁자들이 늘면서 오라클의 전통적인 신규SW 라이선스 판매사업이 침체를 겪고 있다.

마이크로스는 지난 분기에 3억4천9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9개월 간 매출을 합치면 10억달러 이상이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은 13억6천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회계적인 매출 증대를 단기간에 노릴 만한 수준이다.

사업적 측면에선 마이크로스 인수를 통해 경쟁자에 대한 시장방어 차원으로 읽힌다. SAP, 세일즈포스 같은 경쟁자의 리테일, 숙박업계 고객 침범을 막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스는 한국 내 인지도는 낮지만, 미국 등지의 리테일, 호텔 산업 분야에서 강자로 통한다. 특히 호텔 POS 시장의 경우 마이크로스는 강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힐튼, 하얏트, 매리어트 등이 마이크로스의 고객사다.

작년초 보스턴리테일파트너의 연간 POS 벤치마킹 서베이 보고서에 의하면, 마이크로스는 POS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15%의 점유율로 3위다. IBM/도시바, 후지쯔, 마이크로소프트 등보다 앞선다.

POS 산업의 변화에서도 오라클의 인수의도를 엿볼 수 있다.

오라클은 마이크로스 인수를 발표하면서, 클라우드, 모바일, 소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리테일과 숙박 산업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POS 산업에서 데이터에 대한 주목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이전의 POS는 점포 안에 데이터가 존재한다. 구매자의 결제 내용은 POS 단말기 안에 존재하고, 여러곳에 분산된 POS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활용하는 정도가 미비했다.

DB업계 강자인 오라클은 POS 단말기마다 분산된 데이터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당연히 호텔과 리테일의 잠재적인 DB시장 가치는 매우 높다. 마이크로스는 POS의 백엔드 시스템부터 클라이언트에 이르는 촘촘한 연결을 제공한다.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역시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도가 높다.

또한 빅데이터, IoT는 여러 곳의 데이터를 모아서 의미있는 가치를 찾아내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내려는 움직임이다. 리테일이나 호텔은 POS뿐 아니라 디지털사이니지,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발히 활용한다는 점에서 빅데이터와 IoT에 적합하다. 고객관계관리(CRM) 역시 이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마이크로스의 보유 시장은 오라클의 분석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기술이 빛을 발할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오라클의 마이크로스 인수는 매출, 기술, 제품 등을 사들임과 동시에 리테일과 숙박업이란 시장 전체를 사들였다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스의 고객이 대규모로 확보된 상황에서 기존 오라클 제품을 특정 산업 시장에 손쉽게 밀어넣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일각에선 오라클이 마이크로스의 POS 하드웨어 기술을 획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POS 시장은 급격히 모바일로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전통적인 POS 전용 단말기보다 태블릿, 스마트폰 등 범용 디바이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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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기반 태블릿 POS를 보유했다. 이에 오라클이 마이크로스를 통해 태블릿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분석까지도 가능하다.

옴니채널에 대한 오라클의 투자 확대 측면으로도 볼 수 있다. 오라클은 최근 마케팅 클라우드, 세일즈 클라우드 등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오라클은 온라인 분야에 집중됐던 게 사실이다. 마이크로스 인수는 오프라인 채널까지 보유했다는 점에서 온오프라인 전반으로 오라클의 마케팅과 세일즈 솔루션 영역을 확장시킬 발판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