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플래시스토리지 전문업체 퓨어스토리지가 경쟁사 IBM으로부터 스토리지 관련 특허를 확보했다. 지난해 소송을 걸어 온 EMC처럼 여타 기성 스토리지 제조사들과의 잠재적인 기술 침해 시비에 대한 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스캇 디첸 퓨어스토리지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각) 공식 블로그를 통해 150여건 이상의 기존 스토리지 특허 포트폴리오 인수를 완료했는데 그중 상당수는 현재 다른 스토리지 업체가 라이선스하지 않은 것이라며 상호계약(크로스라이선스) 방식으로 IBM에게서 사들인 것도 그런 특허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먼저 같은 글에서 퓨어스토리지가 플래시스토리지 제품을 위해 150건에 가까운 특허 및 출원중인 발명으로 세계 지적자산(IP)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왔고, 그 연장선에서 'IP선두주자'인 IBM과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디첸 CEO는 IBM과의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에 대해 플래시스토리지 관련 사업에서 두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를 실현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특허를 사들였고, 퓨어스토리지의 어떤 특허를 IBM과 공유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지디넷은 퓨어스토리지가 IP포트폴리오 확대를 가속하기 위해 IBM으로부터 스토리지 관련 특허 100여건을 결제했다며 IBM과의 특허 계약에 따라 퓨어스토리지의 (스토리지 기술 관련) 보유 특허 수는 300건에 달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퓨어스토리지와 IBM은 덩치도 사업 범위도 확연히 다르긴 하지만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장에서는 경쟁 관계다. 협력 관계가 아니라 경쟁사인 두 회사가 경쟁 영역의 기술 특허를 크로스라이선스 방식으로 공유한다는 점은 다소 뜻밖으로 비친다.
디첸 CEO는 이를 의식한 듯 퓨어스토리지는 기존 상용화한 스토리지에 관련된 IP를 확보함으로써 자사를 방어하기 위한 더 강력한 입지를 확보했다며 우리는 이런 특허 포트폴리오 확대가 분열된 스토리지 시장에서 우리를 (경쟁사의 IP소송 등으로부터) 신중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분명한 경고로 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퓨어스토리지는 EMC가 제기한 특허 침해 시비에 휘말려 소송을 당했다. 지난해 11월초 EMC는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을 통해 데이터스토리지 시스템의 오류 수정, 데이터 중복제거, 읽기 스케줄링, 작업 기록 등 기능에 관한 특허 5건을 침해했다는 소장을 제출했다. 그달말 퓨어스토리지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오히려 EMC가 불법적으로 자사 기술을 캐내려 했다고 반박했다.
사실 퓨어스토리지와 EMC는 당시 이미 별개의 법정공방을 예고한 상태였다. 앞서 퓨어스토리지 창립 초기인 2011년에 EMC가 자사 영업담당자 및 전문가 등 직원 44명이 퓨어스토리지로 대거 이직했다는 점을 빌미로 기밀 유출 혐의를 제기한 첫 소장을 미국 매사추세츠연방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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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퓨어스토리지가 법정싸움에 필요한 '실탄'을 걱정할 입장은 아니다. IBM과의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소식을 전한 미국 지디넷은 퓨어스토리지는 지난 4월 2억2천500만달러(약 2천295억원)를 새로 투자받아 그 기업가치를 30억달러(약 3조606억원)로 끌어올렸다며 확실히 자신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만큼 달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퓨어스토리지는 오히려 이 2건의 소송을 통해 스토리지 업계 '거인' EMC 출신 전문가들이 퇴사해 세운 스토리지 전문 벤처업체라는 이미지를 널리 알린 뒤 그 이미지를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하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다. EMC는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사업 규모나 업력으로 상대가 안 되는 작은 기업의 움직임에 맞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