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틱스 "르네사스SP 인수로 경쟁력↑"

케빈 바버 시냅틱스 수석부사장 인터뷰

일반입력 :2014/06/15 13:17    수정: 2014/06/16 10:40

정현정 기자

“시냅틱스는 지난 3년 동안 자체 개발팀을 두고 드라이버IC 개발을 진행했지만 기술을 확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연구팀을 통해 자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야하는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한 번에 사업규모와 전문성을 달성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때 르네사스SP 인수라는 기회가 오게 됐다.”

케빈 바버 시냅틱스 스마트디스플레이사업부 수석부사장은 일본 르네사스SP 인수 발표 이틀 후인 지난 13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인수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르네사스SP 인수를 ‘좋은 기회’라고 설명하며 이번 인수에 대해 ‘매우 고무돼있다’는 표현도 여러 번 사용하며 의미를 강조했다.

시냅틱스는 지난 11일 일본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의 자회사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사용되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구동칩(DDIC, 드라이버IC) 시장 1위 업체인 르네사스SP 드라이버를 485엔(약 48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과정에서 저전력 모바일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르네사스SP 인수를 추진하고 있던 애플과 경합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인수로 시냅틱스는 사업의 근간인 터치센서부터 지난해 지문인식 솔루션 전문업체 밸리디티 인수를 통해 확보한 지문인식 관련 기술에 더해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까지 모바일 디스플레이 주요 분야 대부분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다. 특히 터치와 드라이버를 통합한 TDDI(Touch-and-Display Driver Integration)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시냅틱스는 3년 전부터 내셔널세미컨덕터 개발팀을 조직 내에 편입해 자체적으로 드라이버IC 개발을 진행해왔다. 내셔널세미컨덕터는 애플 최초의 아이폰에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를 공급했던 회사다. 지난 2011년 2월에는 자체 개발한 TDDI 제품도 선보인 상태다. 하지만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아 적극적인 시장 확대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상황이다.

바버 부사장은 “터치센서와 디스플레이 구동칩을 하나의 칩 안에 탑재하면서도 디스플레이 품질과 터치감도 등에서 동일한 성능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TDDI 개발은 쉽지 않다”면서 “기존 터치컨트롤러 제품과 달리 드라이버IC의 경우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고 디스플레이 크기와 해상도 별로, 또 메모리 유무에 따라 각기 다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시냅틱스는 르네사스SP 인수를 통해 관련 기술을 일거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르네사스SP는 드라이버IC 업계에서 가장 좋은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르네사스SP가 보유한 350명의 경험 많은 엔지니어들을 통해 보다 광범위하고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DDI를 통해 고객사 유지에도 힘이 실리며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두 회사는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일본 샤프, 재팬디스플레이(JDI), 대만 AUO, 이노룩스, 중국 BOE와 티엔마 등 유사한 고객군을 공유하고 있다. TDDI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면 터치와 드라이버IC를 따로 판매하는 대신 두 제품이 통합된 형태의 원칩 제품을 보다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애플향 공급 물량 증가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르네사스SP는 아이폰용 드라이버IC를 전량 공급하는 업체다. 반면 현재 애플 아이폰용 터치컨트롤러는 시냅틱스가 아닌 두 미국 경쟁사가 공급하고 있다.

바버 부사장은 “(르네사스SP의 아이폰용 드라이버IC 점유율이 100%인 이유는)아이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한국과 일본의 세 개 업체가 르네사스SP로부터 드라이버IC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과거 애플과 오랫동안 거래해왔고 신규 고객은 언제나 환영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두 선두 업체가 합쳐지면서 얻는 시너지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냅틱스는 현재 터치컨트롤러 시장 1위 업체다. 스마트폰 터치컨트롤러 시장점유율은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PC용 터치패드는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또 지난해 밸리디티 인수로 진출한 지문인식 시장에서는 PC의 경우 100%, 모바일은 90%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르네사스SP 역시 드라이버IC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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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수로 시냅틱스가 대응할 수 있는 시장 영역은 단순 계산으로 1.5배로 늘어나게 됐다. 기존 대응할 수 있는 시장규모가 30억달러 수준이었다면 르네사스SP 인수가 완료되면 45억달러로 규모가 커진다. 또 앞으로 모바일 이외에 점차 다양한 기기에 지문인식 기술이 사용되고 터치와 드라이버IC를 통합하는 TDDI 시장도 성장하면서 향후 80억달러 규모로 시장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케빈 바버 수석부사장은 커넥선트시스템즈와 스카이웍스솔루션즈 수석부사장,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PwC 산하 경영컨설팅 업체인 PRTM 수석컨설턴트, ACCO반도체 최고경영자(CDO) 등을 거쳐 지난 2011년 1월 시냅틱스에 합류했다. 시냅틱스의 르네사스SP 인수는 올해 4분기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며 인수가 끝나면 르네사스, 샤프, 파워칩이 보유한 르네사스SP 지분 100%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